매일 글

절친 선배가 떠났다.

*!*b 2025. 6. 26. 14:05

회사에서 가장 믿고 의지했고, 때로는 라이벌 상대로 삼기도 했던 또래 선배가 퇴사했다. 우리 회사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곳으로 몸을 옮기셨다. 원래 남 좋은 소식 들으면 배가 아프고 허탈감도 느껴지고 내 자신이 싫어질 때도 있는데 이 선배 이직 소직에는 정말 좋은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선배는 다른 회사 이직을 위해 도전을 많이하셨고 칠전팔기 끝 최종합격이라, 정말 축하만 담아 덕담을 건넸다.
선배랑 적폐 회사 떠나겠다며 같이 토익 강의 끊어서 듣고, 서로 잘 듣고 있나 감시하고(주로 내가 감시당하는 편ㅋ), 허무맹랑 주장이나 늘어놓는 한심한 정치인들 기사 공유해서 함께 욕하고... 참 즐거웠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25살에 처음 이 선배를 만났으니 20대 절반을 함께 한 셈이다. 올해 내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전까지 3~4년 내내 계속 같은 부서였다.
언론사 경험은 전무했던 터라 당시 선배들 기사보며 실무스킬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그중에는 이 선배도 있었다. 선배는 나보다 한달 먼저 들어온 인턴이었지만 학보사 편집국장 경험이 있는데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인턴를 하기도 했다. 반면 나는 진짜 신문지를 보며 세상 비평하길 좋아하던 이상취향의 인간이었다. 주장하는 글쓰기는 자신있었지만, 객관적 입장의 글쓰기는 처음이라 '왜 이렇게 써야하지?', '민원받을까 무서워서 너무 사리면서 쓰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머리속을 헤집으며 소규모 매체, 특히 경제지에서는 내 언론관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절감하기도 한 시절이다.
다른 직장인들이 그렇듯, 이런 회사 뒷담을 거리낌 없이 주고 받고 회사에서 쌓인 응어리 나누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나는 삼십을 앞두고 있고, 선배는 서른 하나가 됐다. 나는 여기 남아있고, 선배는 더 넓은 곳으로 떠났다. 
원래 회사 인사팀은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이 생기면 무조건 '한달 휴직권'을 내밀며 퇴사를 만류한다. 하지만 이 선배에게는 그런 절차조차 없었다. 선배의 입사가 이미 정해진 일이기도 하고, 내 생각에 이 회사보다 훨 좋은 곳으로 가는데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잡기가 민망하지 했을 거라 잡지 않은 것 같다. 
선배의 퇴사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퇴사 파티도 진득하게 했다. 그날 나는 1호선 지하철이 끊겨서 택시 3만원을 내고 집에 와야했다. 나도 상폐 전에는 떠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