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작고 가벼운 것들이 유행하는 요즘

*!*b 2019. 6. 7. 18:31

비 개인 오후

 

하루종일 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각종 범죄, 국제분쟁, 국내 정치의 단골소재인 빨갱이 논란 등 당장 인터넷 포털에 접속만 해도 괴랄한 사회이슈가 쏟아져 내리지만, 오랜 노동으로 혹은 공부로 몸과 마음이 지친 하루에는 이 모든 일들을 뒤로하고 싶어진다. 그런 것들 말고도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많은데 굳이 그런 정신을 어지럽히는 뉴스들로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너무 피곤하니까 당연히 알아야 할 사회구성원들의 일에 대해, 그리고 소수자의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 피곤하니까. 내 배가 먼저 배불러야 타인의 배고픔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스스로 여유가 없으면 절대로 주변을 살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보아온 신문도 멀리하고 산지 꽤 되어간다. 전에는 세상 모든 일에 불같이 화내면서 바로잡고 싶어 했는데 한 해 한 해 흘러가며 알게 된 건, 세상에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화를 낼 힘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바로잡히지 않아 반복되는 나쁜 일들이 우리 사회엔 너무 많다.

반복되는 나쁜 일에 처음엔 분노하고 분노하다가 나중엔 체념하고 결국엔 그런 일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일반인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바뀌지 않는 일에 그나마 남은 체력을 쓰기보다는 보기 좋고 귀엽고 예쁘고 마음 편해지는 가벼운 것들을 찾게 된다. 누군가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가벼운 인간관계를 얘기하는 책들, 시청각적 즐거움을 주는 각종 문화 생활...

작고 가벼운 것들이 유행하는 요즘은 그저 새로운 경향 중 하나 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개인들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