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마음도 맑음
오늘도 한 삼십분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교수님은 먼저 와 계셨고 나도 늘 앉던 두번째 줄에 앉았다. 첫째줄에는 아무도 앉지 않아서 내가 제일 앞자리인 셈이다. 나는 좋아하는 수업은 무조건 앞에 앉는다. 아무튼 익숙하게 앉아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고, 교수님께서 출석을 다 부르셨는데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내가 수업시간을 착각한 것을 알았다. 같은 교양을 같은 교수님이 a반 3교시, b반 4교시로 나눠 수업하시는데 4교시 수업을 듣는 나는 시간을 헷갈려 3교시 수업에 들어간 것이다. 속으로 차라리 일찍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짐을 얼른 싸서 도서관으로 갔다. 가서 한숨 푹자며 머쓱함을 달래고 또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난 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강의실로가 짐을 챙기려는데 교수님만 남아계셨다.
교수님께서 인사를 건내며 하시는 말씀이 "열심히 수업 들어줘서 고마워요."였다. 어떻게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지하며 내 귀를 의심했다. 교수님은 이어 수업이 재밌냐며, 도움이 되냐며 물으셨는데 나는 이때다 싶어 "언론사 시험 준비하고 있는데 정말 도움 많이 되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것도 교수님께서 다 짚어주셔서 좋아요. 감사합니다"라고 아주 빠르게 대답을 했다. 거짓말 진짜 하나도 안 섞고 마음 속에서 늘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말이 술술 나왔다.
그렇게 교수님과 스몰톡을 끝내고 다음 수업에 들어갔는데 덕담을 정말 오랜만에 주고 받은 탓이었을까 자꾸 교수님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학교에 두 시간 일찍 온 것쯤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이렇게 좋은 교수님이 계시구나, 좋은 어른도 많구나, 아직 세상은 배울 게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