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작은 사람인가
몸집이 작다는 얘기는 아니고 사람의 관용과 도량에 대한 얘기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뒷끝이 상당하다. 한 번 찍힌 사람을 다시 좋게 보는 법이 없다.
하루는 덧없이 인스타 피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학교 친구가 오랜만에 자기 사진을 올렸다. 나는 그 친구 얼굴을 보니 짜증이 났다. 몇 년 전에 그 친구가 내게 했던 말실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ㅇㅇ선배가 맛있는 거 사줬으면 좋겠다"라는 내 말에 "거지 같아"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해야하나 갈등하다가 막 수업에 들어가야 했던 참이라 짚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 한 시간 삼십 분 내내 커져가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어 친한 친구들이 있는 단톡에 '나 오늘 ~한 일이 있었는데 얘 한번 손 봐줄까 말까' 물어보았다. 친구들은 당연히 그 친구가 실수했다며 혼쭐을 내주라고 했다.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편지만, 싫은 소리 듣고 가만히 참는 성격은 또 아니라 그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ㅇㅇ아 혹시 내가 너한테 돈 꾸고 안 갚은 거 있어? 너가 나한테 거지같다고 하길래'
그 친구는 당황했는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원래 그리 썩 친했던 친구도 아니었고 해서 더 어색해지고 결국 하트도 안 눌러주는 인스타 친구가 됐다.
한 가지 통탄스러운 건 그 오만함을 현장에서 바로 잡지 못한 것이다. 사회의 쓴맛을 조금 더 본 지금의 나라면 바로 대응할 수 있었을텐데...
누군가 실수한 일을 몇 년 동안 기억하며 아직도 적개심을 느끼는 나를 보며 드는 생각은 '아 정말 작다'.
우습고 유치하면서도 인간이 '멸시를 당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걸 작은 나를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