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인간의 도리

*!*b 2020. 12. 3. 21:11

나는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살지 않는다. 한 인간을 내 입맛대로 바꾼다는 게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들 자신의 신념에 맞게 살고 있는데 신도 아닌 내가 무슨 염치로 그들의 삶을 지적하고 타박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이끌어 본 일이 없다. 자연스레 친구의 삶을 향한 관심은 가져도 개입은 일체 하지 않았다.

손을 잡고 친구를 내 품에 안았다면,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덜 불행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을 덜 불행하게 할 수도 있는 힘을 가졌지만, 개인의 삶이 피곤하단 이유로 애써 그 힘을 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스스로의 안위부터 따지는 이기적인 개인인 나에게도 죄의식 같은 게 생겼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내 모습이 도망자 같았기 때문이다.

내 삶에는 친구의 영역이 있듯이 친구의 삶에는 내 영역이 있을 거다. 그 영역에 케케묵은 먼지가 쌓이고 폐허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쓸고 닦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귀찮고 성가시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인간의 도리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