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백 리를 위한 한 걸음

*!*b 2021. 1. 20. 23:24


1.
나는 뭐든 박박 닦는 걸 좋아한다. 손끝이 닳을 것 같이 닦아도 완전히 깨끗하게 닦이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사람 손길이 닿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차이가 난다. 정성이 묻은 곳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밥통도 닦고 커피머신도 닦고, 전기포트 닦고, 가스렌지도 닦고 온갖 것을 다 문지르다보면 기분이 좀 상쾌해진다. 겨우 눌은 자국, 먼지 조금 털어 냈을 뿐인데 내 인생을 잘 가꾸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일을 해내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곤 하지만 잊지 말자. 크고 거창한 일 만큼 작고 소박한 일도 중요하다. 전진은 현상 유지라는 동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백 리를 가려거든 한 걸음이 필요하다. '더, 더, 더'라는 욕심이 쌓여서 한 걸음을 등지기도 하는데, 불행의 지름길이다. 내딘 걸음이 하나 하나가 쌓이다보면 언젠간 그곳에 두 발바닥 붙일 날이 올 거다.

2.
오늘 신문은 27면이었다. 약 삼분의 일이 코로나 관련 기사였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직접 고용 비정규직보다 간접 고용 비정규직이 더 힘들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코로나 19에 더 치명적이다.
누구는 재난지원금으로 명품을 사거나 저금리로 시장 내 유동성이 커지면서 부동산을 사거나 외제차를 사기도 했다. 힘든 와중에도 집값 상승률은 9년만에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기업 간에도 편차가 큰데 네이버, 카카오는 역대 최고 실적을 예상 중이고 중소 여행사는 20명 남짓이던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무급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약한 밧줄부터 끊어지고 있다. 약한 밧줄이라도 어떻게든 붙잡으려 안간힘 쓰는 사람들의 고군분투에 신문 읽다가 살짝 눈물을 훔쳤다. 이후로 코로나의 ㅋ만 생각해도 자꾸 코 끝이 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