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요즘 유튜브엔 '너랑 드라이브 하려고 아껴둔 곡이야' 식의 약간의 이야기를 담은 제목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음알못인 나는 그 플레이리스트를 쭈욱 들어보고 맘에 드는 음악을 반복재생한다. 그러다 if란 제목의 노래에 살짝 꽂혔다.
'내가 그 때 ○○했었다면'하는 가정을 들면서 그랬다면 우리 사이가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희망찬 상상'을 늘어놓는데 이래서 if가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희망은 현재의 '나'가 가진 여유로운 상황이 허락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그때 상황에 조급한 그때 마음이 아니라, 지금의 마음을 대입하니 당연히 결과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의미한 결과는 입맛에 맞는 조건에서 나오지 않는다. 적절하고 현실적인 조건을 가정한 실험만이 가치가 있다. 그래서 가정을 할 때는, 현재의 조건이 아닌 과거와 동일한 조건에서 상황을 상상해야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역사도 정치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도 '흐름'이라는 게 있다. 시대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좋든 싫든 조류가 흐르기 때문에 개인이 그것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다.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건 흐름을 어떻게 견딜까하는 일 정도다. 막거나 방향을 바꾸는 일은 개인 밖의 일이다.
개인이 과거에 선택했던 '무엇'은 아마도 당시의 흐름 속에서 선택했던 최선의 일일 것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몽땅 넣은 ~했다면은 힘 없는 재밌는 상상에 불과하다. 물론 if는 그 흐름 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if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따르기에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에 매이기보다 흐름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