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가상의 행복만 남은 곳에서
*!*b
2021. 4. 23. 23:56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끝나길' 바라는 이 상태로 사는 게 맞나?'
서사 전개를 즐기지 못하고 홀랑 마지막장을 봐버리고 마는 습관은 어쩌면 내 삶의 방식이다. 충분히 뜸들이지 않아 맛있는 한끼를 망쳐버릴 설익은 밥이 될 것을 알면서도, 늙어도 좋으니 지난한 과정이 빨리 감아졌으면 좋겠다.
분명 주위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놓쳤다'는 찝찝한 기분은 뭉개고 그냥 기계처럼 해야만 하는 일을 한다. 사실 요즘은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일들 모두 불안의 공백을 메우려 억지로 하고 있다.
간사한 마음은 또 머지않아 '이런 시간이 있어 감사하다'며 태도를 바꿀 수도 있지만 요즘은 그냥 언제까지 꾸역꾸역 공부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학생 때는 시험기간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취준생에게는 취업 전까지 매일이 시험이다.
인생 뭐 없는 거 나도 잘 안다. 코인에서 희망을 찾는 청년세대만큼 인생무상에 대해 잘 아는 세대는 없을 거다. 가상의 희망만 남은 세상에서 매일 씁쓸할 뿐이지만 역시 인간인지라 살 방법을 궁리한다. 끝나길 바라는 이런 상태말고 짧아도 좋으니 순간을 즐기는 삶의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