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밈의 세상

*!*b 2021. 5. 3. 23:07

밈(meme)은 인터넷에서 재창작 또는 패러디 소재가 되어 유행하는 이미지, 영상, 사진을 뜻한다. 최근에는 '무야호'가 대표적인 밈이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유행할지 모르고 심지어 무야호처럼 이미 오래 전 종영한 프로그램의 '짤'도 재생산되며 유행할 수 있어서 어떤 밈이 유행할지는 예측불가능 하다는 특징이 있다. 운 좋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거나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는 밈은 MZ세대의 놀이 중 하나다.

사실 최근에야 동일한 콘텐츠를 유지한 채 약간의 가공을 거친 색다른 버전을 두고 '밈'이라는 말이 붙여졌을 뿐 이전에도 유행하는 사진이나 단어를 때에 맞춰 달리 활용하는 일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 세대에만 있는 특별한 놀이문화는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네이티브라고 불리는 MZ세대는 누구나 쉽게 영상 혹은 이미지 편집할 수있고, 대중에 유통할 수 있는 경로도 다각화되면서 밈 놀이는 고유한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 19,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 취업난 등 특히 젊은 세대에게 더 혹독한 현실을 밈으로 표현하는 시도도 포착된다. 대표적인 게 '벼락거지'다.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뜻의 벼락부자가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면 벼락거지는 반대다. 갑자기 거지가 되었다는 뜻으로, 다들 투기나 주식, 코인으로 부자가 되는 상황에서 노동임금만 받은 자신은 거지가 된 것 같은 현실을 비꼬기 위한 MZ세대의 언어유희다.

벼락거지는 밈을 타고 널리 '유행어'가 되었다. 불로소득을 올릴 수 있는 수익파이프를 건설하지 않으면 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메세지와 함께 청년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밈의 유행이 놀이라지만 벼락거지 속의 '불안감'은 불로소득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 '주식이라도 하라고' 부추긴다. 놀이였을 뿐이였던 밈이 한 순간에 자본주의 정서를 건드리는 자극제가 되고 청년들에게 '하지 않아도 될' 고민까지 하게 만든다. 재미로 누리던 밈이 사회불안을 타고 부담으로 작용하며 안 그래도 힘든 청년들에게 짐을 하나 더 얹었다.

표현이 기발하고, 신선하고, 자극적일수록 밈의 전파력은 강해진다. 벼락거지도 마찬가지다. 공포을 품은 재미로 청년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불안을 초래했다. 그래서 재미를 위해 과장된 표현의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밈의 세상은 세상의 일부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