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n수생의 삶

*!*b 2021. 5. 16. 23:10

대학가면 끝이 아니다. 대학가면 또다른 시작이 있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학기를 다 끝낸 지금 내 삶은 n수의 삶이다. 회사 공고는 대학 입시처럼 1년을 꼬박 기다리기도 해야 하고 자격증은 원하는 점수를 취득할 때까지 시험을 거듭해야 한다. 나도 몰랐다. 나에게도 n수의 삶이 있을지... 더 무서운 건 이 n수는 예비경선에 불과하는 점이다.
그래도 성적이 어쨌든 시험장에 가서 꿋꿋히 앉아 최선을 다했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나는 노력했고 나라도 그 사실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나는 1년 내내 대게 건강하다. 감기도 손에 꼽을 정도로 걸리고 잔병치레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근데 하필 이번 토익~한국어 시험 준비 기간엔 유독 몸이 안 좋았다. 먹는 음식 족족 얹혀 삼일내내 죽만 먹었다. 속이 좀 괜찮아지니 이번엔 허리와 골반이 아팠다. 다리까지 저렸다. 원래 엄살이 심해서 좀만 아파도 병원에 가지만 병원에 다녀오면 마음이 해이해질까 약국에서 진통제만 사다 먹었다. 토익까지는 그럭저럭 버틸만 했는데 한국어 시험 준비하면서 죽음을 맛봤다. 꾀병인지 어쩐지 시험 끝나자 마자 몸이 좋아졌다...ㅋ

며칠동안 기분은 칙칙하고 짜증만 솟구쳤다. 다 때려칠까도 생각했다. 생각만 해서 다행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국어 시험 지문에 <칼의 노래>가 나왔다. 한국 문학책이 얼마나 많은게 딱 내가 요즘 저녁에 읽고 있는 책이 나오다니..!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었다. n수의 삶에 적응하고 있는 참인데 끝이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