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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b
2021. 5. 22. 23:59
어렸을 땐,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못되게 살아서 그런가보다'했다. 그래서 못된 내 잘못이니까 더 참고 더 착하고 더 베풀고 살아야지 하며 쓴 눈물을 삼켰다.
근데 더 살아보니 내가 착하고, 나빠서 같은 이유로 내 행운이 결정되진 않는 것 같다. 고진감래가 삶의 이치라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이젠 더 이상 내가 못돼서 나쁜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생기면 운이 좋았구나 하면 되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지나가겠지하고 견디는 게 인간의 몫이다.
나는 사주, 타로에 관심이 아주 많았는데 이것도 어느 순간부터 멀리하게 됐다. 초월적인 존재을 믿는 데 회의가 있기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정해진 일을 인간으로서 맞닥뜨리는 수밖에 없지 않나.
스피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사실 오늘 일을 열심히 하자 정도의 뜻이 아니라 신이 정해놓은 걸 인간이 어찌할 수 없으니 인간의 일을 하자의 뜻이다.
모든 걸 포기한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