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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고용관계가 필요한 이유

*!*b 2021. 6. 6. 23:59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선 복잡하게 꼬지 않아 이해하기 쉬운 '직관적인' 개념이 필요하다. 특히 세상살이의 기반이 되는 직업, 그리고 고용형태에 직관적인 개념의 도입이 절실하다. 예를 들면 CJ대한통운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라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로 인정하고, KBS에서 근무하는 작가라면 KBS '소속' 작가로 인정하는 식이다.

사실 특정한 회사를 위해 일한다면 그 회사 소속으로 보는 게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비정규직 양산에 힘썼다. 이로 인해 CJ대한통운 로고를 달고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으로 구별되고 KBS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쓰는 작가들은 대다수가 KBS가 아닌 외주업체 소속이다.

이게 다 복잡한 고용관계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는다. 큰 방송사는 외주업체에 일감을 주고, 외주업체는 방송사의 일을 해줄 '프리랜서'와 같은 가벼운 고용관계의 노동자와 계약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전적으로 책임져야할 본사 혹은 원청의 책임은 희석되고 값싸고, 불안정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관계가 현대 직업을 파고든다.

문제는 이 고용관계가 더 복잡다단해질 것이란 점이다. '플랫폼 노동'이 한층 강화된 사용자 중심 고용관계의 새 장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실상 플랫폼의 지휘, 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직고용되지 않을 뿐더러 일방적인 해고통보 등의 불이익을 받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미 '특수고용노동자'지위를 만들어 기존의 노동법 밖으로 그들을 분리했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니 이제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을 만들려고 한다. 노동자를 그럴듯한 법들로 나눌 게 아니라 '노동법'안에 그들이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셈법 복잡한 고용관계가 아니라 직관적이고 뚜렷한 고용관계만이 노동자 지위를 보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