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뜨거운 여름

*!*b 2021. 8. 1. 20:08

나는 생각보다 멘탈이 강하다. 어떤 일이 생겨도 웬만하면 금방 까먹는 편이라 그렇다. 근데 멘탈이란 게 모래성같아서 간혹 나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기는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내 멘탈 기능을 실험하는 사람은 없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출근하는 것도, 15시 30분이 퇴근이지만 추가로 취재해야할 경우 달려가는 것도 '배워야할 처지'이기에 딱히 불만스럽지도 않다. 그리고 밥을 유난히 잘 챙겨먹어서 그런지 힘이 달린다거나 피로하다던가 신체 이상 증세도 전혀 없다. 정신도 육체도 20대 여름 중 가장 건강한 상태다.

살면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사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지만 그닥 감흥을 못 느끼고 있었다. 일단 나는 단기직이라는 현실에 있고, 그래서 그런지 기자라고는 하지만 이 이름에 떳떳하지도 않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돈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의식이 더 강하다.

그래도 좋은 건 기자들이 일하는 현장 속에 있다는 거다. 모르는 건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고, 원하면 직접 전문가들과 접촉할 수도 있다. 가끔 취재 열기가 무르익은  현장에서는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게 짜릿할 때도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세계의 경계에 위치한 반기자 반시민인 거다.

여름은 덥고, 내가 가는 현장은 모두 야외다. 멘트따랴, 사진 찍으랴 정말 정신없지만 힘들어 죽을 정도는 아니다. 또 언제 이렇게 뜨거운 여름이 올지 모르니까, 주어졌을 때 열심히 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