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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특징

*!*b 2021. 9. 20. 23:54

인간에게는 바닥이 있다. 어떤 윤리도, 사회의 시선도 더 이상 관여하지 못하는 날것의 영역은 위기의 순간 튀어나온다.

일부 사람들은 이 날것의 마음조차 갖고 싶어해서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고는 한다. 어거지의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다. 이를테면 바다에 나와 너의 엄마가 빠졌는데 하나 있는 구명조끼로 누구를 구할 것이냐 하는 식이다. 이 정도 물음은 양반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은 신부의 본심을 확인하고 싶어서 자신의 집이 망했다고, 결혼에 한푼 못 보태고 심지어 부모님까지 모셔야 할 것 같다고 속이기도 했다고 한다. 예비신부가 모두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자, 신랑은 통과라는 말을 내밀었고 신부는 파혼을 결심했다.

날것은 비리고, 때로는 섬뜩하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고 살아남기위해 죽도록 발버둥치는 존재다. 그러니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날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일 뿐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두고 개인이 사회적으로 쌓아온 인성이 발휘된다고 믿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사회라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게 막는 방패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최악의, 최악의, 다시 한 번 최악의 상황으로 사람을 몰아붙이고 자극적이어서 재밌는 장면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흡입한다. 넷플릭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제작진이라는 신의 농간으로 노력할수록 악화일로를 걷는, 죽음의 쳇바퀴를 돌 뿐이다.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인간의 '날것'을 본다. D.P.의 조석봉, 하우 투 겟 어에위 위드 머더의 애널리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모든 주인공들, 최근에는 오징어게임이 그랬다. 상황 타개를 위해 진땀을 빼지만 결국 맞이하는 건 인간 인내의 한계이고, 시청자들은 한계를 맞은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게 '진짜'라고 생각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셀링 포인트는 날것의 인간이다. 그들은 인간의 밑바닥을 썩을대로 썩어 역겨운양 그려낸다.

하지만 밑바닥이라는 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제도가, 법이 통째로 사라지고 믿을 것이라고는 오직 육체의 힘밖에 없을 때 드러난다. 보통의 인간은 자연상태에 있을 일이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인간의 날것은 허구나 다름없다.

설령 인간의 밑바닥이 그토록 처참하다하더라도 그것을 알 필요는 없다. 제도 속 인간의 인성은 보통 요리돼서 타인을 만난다. 인간의 본심이 사악하더라도 모든 인간은 자기 안에 하나쯤 악을 감추어두고, 잘 관리해가면서 살고 있는 마당에 굳이 그것을 끄집어내서 밑바닥을 다시 상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그 악함이 왠지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듯 보이고 사람들에게 잘 팔리니 넷플릭스가 사랑하는 소재가 된 게 아닌가한다.

인간의 가장 사적인 부분, 위선으로 꽁꽁 싸맨 영역을 해체히는 게 예술이 역할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인간 본성보다는 그저 인간이 악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탈출구 없는 지옥에 인간을 가둬 놓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