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시혜적 발상
*!*b
2021. 9. 21. 23:45
우리 지역의 북부역에는 큰 광장이 있다. 한쪽에서는 중년~노인들이 장기를 두거나 가끔 술판을 벌인다. 한쪽에서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옹기종기 앉아있다. 서로 아는 사이 같지는 않아보인다. 그저 편히 앉아 시간 때울 장소로 그곳을 애용하는 듯하다. 코로나 전에는 버스킹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이제는 종적을 거의 감췄다.
최근 1~2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건 인터넷 방송인들이다. 셀카봉을 길게 늘어트려 촬영을 하면서 지나가거나 삼각대를 세워놓고 춤을 추기도 한다. 심지어는 빨강, 노랑 쫄쫄이를 입고 방송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몸에 딱 붙어 특정 신체부위가 강조되는데다 짧기까지 한 스킨톤의 원피스를 입고 춤추는 그 여성 방송인이었다. 가슴에 걸쳐진 옷이 흘러내리진 않을까, 치마가 말려 올라가진 않을까 안절부절하는 건 보는 사람이 몫이었을 정도다.
북부역은 사람이 정말 많다. 무대도 아닌 곳에서 그런 옷을 입고, 스스로 볼거리를 자처하는 이유에는 돈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낮은 강도의 성매매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순수한 자발적인 성매매는 없다'는 한 판사의 판결문이 떠오른다. 돈이라는 당근이 없었어도 가슴과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춤을 췄을까?
누군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러니까 관심을 원해서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다며 내게 시혜적 생각을 거두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존엄도, 존중도 없는 그 공간에서 그저 관심을 위해 춤을 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