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세력이 비등한 집단끼리 다투는 일이다. 간혹 '젠더갈등'을 이야기할 때 따옴표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여성 혐오가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을 향한 반격이 전쟁범죄로 비화될 수 있는 국가폭력이었듯 '젠더갈등'이라는 단어의 남발은 결국 여성의 입을 막고자하는 폭력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해소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극단으로 치우친 주장은 정리해서 적당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젠더갈등에도 '갈등'이 붙여진만큼 언젠가는 그 합의점을 찾아야한다. 그러나 합의는 온데간데 없고 노골적인 혐오만 눈에 띈다. GS포스터 논란, 박나래 성희롱 논란이 그렇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음은 물론 정작 여성이 겪는 ..
마케팅 수업 시간이었다. 교수는 능력에 비해 과도한 소비를 하는 여성을 두고 '된장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했다. 된장녀의 기원이 여성혐오라는 것을 알기에 불쾌했고, 지적했다. 교수는 자신도 여자, 남자 모두 과소비하는 세태는 같은데 여자에게만 유독 그런 명칭이 붙어 놀라웠다고 했다. 중국 출신의 교수이기에 한국 전반에 깔린 여혐 문화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한국의 젊은 세대 여성들이 그 단어에 얼마나 치를 떠는지도 몰랐을 테다. 같은 한국 국적의 남성들도 여혐을 이해하지 못하니 외국인에게 그를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윤지선 교수의 논문으로 '보이루', '느금마' 같은 단어의 여혐 맥락이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보이루는 특정 집단에서 사용하는 인사말이고, 느금마는 경상..
'뜨려면 벗어야 한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0년대 초중반 곡들의 컨셉은 유난히 선정성이 짙었다. 스텔라의 마리오네트나 요즘 역주행 반열에 오른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원조 역주행 아이콘인 EXID의 위아래 등이 그랬다. 이렇게 대놓고 '야한' 컨셉을 미는 곡들 외에도 여자 아이돌 대다수가 특정 신체를 드러내거나 강조해야만 '떴다'. 아이돌이라는 미명 하에 대중적인 성매매 산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반년 전 쯤엔 스텔라로 활동했던 가영 씨가 당시에 원치 않는 섹시 컨셉으로 활동하며 생긴 트라우마를 에 나와 고백하기도 했다. 또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니즈를 아이돌 그룹에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던 PD는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14주 이내 낙태 허용'이란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14주 이후의 낙태는 '불법'이란 소리다. 외국에서는 미프진과 같은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한국은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피임약은 일정 시간에 따라 다른 효용을 보이는데, 주말이 끼어있어 사후피임약을 늦게 처방받는다면 사후피임약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기저에는 약으로 생명을 지우는, 곧 낙태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 사후피임약을 '쉽게' 생명을 지우는 약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틀렸다. 사후피임약은 생명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약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은 임신한 당자자의 삶을 짓뭉게 버릴..
권인숙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그는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을 폭로한 피해자였고, 지금은 정치인이 되었다. 현재는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 권인숙의 변호를 맡았다. 당시의 박원순은 피해자 편에 선 정의로운 변호사였지만, 이후에는 성비위 사건의 가해자가 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현재에도 박원순의 이름을 꺼내는 건 당내 금기 같은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권인숙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박 전 시장마저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절망했습니다.”라며 고위공직자가 갖는 제왕적 위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남성중심적 시각에 의한’ 퇴행적인 재판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비례대표가 갖는 의미에 대한 본인의 소신도 눈에 띤다...
요즘 듣는 말 중에 가장 어색한 문장이 있다. 페미하다라는 말이다. 여성주의라는 뜻을 가진 페미니즘(feminism)과 동사 하다가 결합한 문장으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인데 나는 이 문장이 꽤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는 국어 전공자도 아니고 평소에 문법에 관심이 많아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니지만 한국어라는 모어를 가진 사람으로서 직감적으로 어색한 문장을 걸러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떤 문법에서 어긋났는지 지적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문장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센치하다, 셀렉하다 등의 영단어+한국어 동사의 조합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데, 유난히 페미하다는 매끄럽지 못하게 목에 턱턱 막힌다. 생각해보니 페미니즘은 '사상'이기 때문에 '하다'라는 동사와 어울리지 않는다. '민주주의 하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자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페미니즘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인 내가, 사회에서 더 자유로워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자유로울까? 여초 커뮤니티를 제외한 나머지 커뮤니티, 때로는 여성비율이 높은 커뮤니티까지 피해망상, 정신병, 뷔페미니즘, 쿵쾅이들 등의 각종 부정을 휘감은 단어로 페미니즘을 제압하려들고 있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이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들고, 한계 짓게 만든다. '꼴페미 니들이 죽도록 노력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를 보여주려는 듯 일체 바뀌지 않는 일관된 태도로 나를 포함한 많은 페미니스트에게 무력감을 심어준다. 게다가 페미니스트 내부에서도 갈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탈코르셋을 바라보는 시각차이이다. 여성이 사..
온갖 것들이 거슬리는 날이 있다. 부스스한 머리칼도, 여기저기 솟아난 뾰루지도, 후진 바지 핏도 모든 것이 거슬리는 그런 날이 있다. 출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관문 밖을 나서면서도 얼른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속박한다. 인간의 모습은 대게 완벽하지 못한 날이 많을테지만 그날따라 마음에 걸리는 온갖 것들이 내 하루를 자유롭지 못하게 옥죈다. 아침부터 생각했던 나의 부족한 모습을 누군가 지적이라도 하는 날엔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절망감이 나를 덮친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타인의 작은 말 한마디가 나를 걷잡을 수 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타인이 나를 구속하려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자승자박하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것들을 놓쳐왔다. 솔직하게, 지금까지 스스로 '자존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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