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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휴학생의 단점

*!*b 2018. 9. 17. 22:25

휴학생은 좋다. 먼저 억지로 강의실 안의 붕어가 되어 멍하니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첫 번째고, 무의미하게 흘러갈 긴 통학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두 번째다. 그 밖에도 무한한 자유를 마음대로 누릴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휴학생 신분이 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간혹 강의실 안에서 '번쩍'하며 영감이나 깨달음이 뇌리에 박히던 순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강의실에 정말 오래 앉아있다보면 정말 '드물지만' 오래도록 남는 충격을 받는 순간이 있는데, 휴학생인 지금은 어떤 깨달음을 얻기가 참 힘들다. 전무하다. 또 비슷한 처지의 대학동기를 만나지 않다 보니 그들에게서 받던 긍정적인 자극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종합하자면, 사람이 참 발전이 없다. 시간은 계속 앞으로 앞으로 가는데 나만 시간에 거스르며 고목[木 : 말라 죽어 있는 나무]마냥 우두커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지금의 내 삶을 비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보자면 그렇다.

대학 졸업 후 나의 인생이 지금처럼 무미건조함만이 가득할까 생각해본다. 지금처럼 돈을 번다는 이유로 비생산적인 인생은 아니라 자위하면서도 어떤 답답함에 짓눌리고 있을 내 모습이 눈에 훤하긴 하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나는 과연 배우는 과정에서의 깨달음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루한 정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달음을 필요로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목적 하나를 위해 노력하는 순수한 인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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