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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몇번 겹치면 인연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선택지가 많다는 건 공통의 영역이 좁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상대방과 교집합인 취향이나 관심사 혹은 삶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 '그 사람하고 뭐가 있나?' 생각하게 된다.

3주째 미라클모닝의 일환으로 책읽기를 하는 중이다. 첫번째 책을 모두 읽고 두번째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강화길의 <화이트호스>다. 살인이나 범죄 이야기가 아닌데도 평범한 여성 서사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는 책평을 봤는데 맞는 말이다. 졸이면서 보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30분이면 읽을 수 있는 단편 여러개로 구성됐다. 그 중 두번째장은 능력은 없고 일평생 사고만 쳤지만 손녀에게만은 다정해서 '라일락'향기만 놓고 떠난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 무능력을 메꾸기 위해 더 강해져야만 했던, 손녀에게는 매정했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읽는 내내 라일락이 무슨 향일까, 왜 하필 라일락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할아버지가 담배 필 때 도넛 모양을 만을어 주인공(손녀)를 웃게 해줬다는데, 담배냄새 중에 라일락 향이 나는 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어 검색해볼까 하던 참이었다.

마침 아이유의 신곡 라일락 발표와 맞물렸다. 아이유와 나는 같은 국적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왠지 책에서 내가 라일락을 본 시점, 아이유가 라일락을 발표한 시점이 겹쳐서 나와 그 사이에 모르는 연이 있는 건 아닐까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그냥 '우연'이다. 아이유와 나의 공통점이 백개가 된다한들 그와 나 사이에 인연이라는 건 없다. 인연은 만나야 생기는 법인데다가 '공통점'으로 인연을 찾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겹치는 우연을 두고 사람들은 인연을 찾는다. 인연을 핑계로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붉은 실'같은 하늘의 뜻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신 같은 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가끔은 신을 빌어 자신의 뜻을 잇는다. 그래서 설령 우연이 인연을 만든다 하더라도 중요한 건 우연한 공통의 영역 너머에 있는 차이를 극복할 인간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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