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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쓰는 사람의 질투

*!*b 2021. 4. 4. 23:34




나는 쓰는 사람을 질투하는 쓰는 사람이다. 유명한 가수의 곡은 중박 이상은 치듯 유명한 사람이 쓴 글은 멀리 퍼지고 많이 읽힌다. 팬만큼 안티도 생긴다지만 어쨌든 그의 글은 입에 오르내리며 창작자가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계속 땔깜을 얻어 온다.

나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도 없을 뿐더러 입에 오르내리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관종력'이 저 지하 어디 쯤에 박혀있는 사람이 나다. 내게 관심은 부담이고 시선은 불편이다. 그런 사람이 유명해지고 싶을리 없다.

다만 내가 '유명한 글'에 질투를 느끼는 건 그 글들이 단지 '유명한 사람'이 쓴 글이라는 이유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관심과 인정의 양이 비례하는 글의 숙명이가끔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만약 내 글이 나 아닌 유명한 이에게서 나왔다면 세상에서 빛나지 않았을까, 하나의 생명에게는 웃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탓으로 내 글이 저평가 당하는 건 아닐까.

헛된 상상이지만, 이름값으로 좋은 글 딱지를 붙인 글들을 보자면 짜증이 밀려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기능 하나 없이 브랜드 로고 하나 붙었다고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셔츠들처럼.

사실 유명세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유명한 작가라는 건 하루밤새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중의 선택은 영민하다. 그런 대중이 '좋다'고 입모은 글은 정말 좋을 가능성도 높다.

이쯤되면 솔직히 말해야겠다.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을 질투하는 이유는 '더' 잘 써서라고. 그럼에도 제일 잘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픈 욕심을 주체할 수 없어 얼렁뚱땅한 말로 설익은 비판을 하고 싶었다고.

잘나고 싶지만 잘나지 않는 사람이라 푸념이나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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