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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가진 걸 나누면

*!*b 2021. 9. 15. 21:31

난 별로 착한 성격이 아니다. 그닥 고분고분한 성격도 아니고 눈물을 잘 흘리지도 않는다. 정말 절박하게 힘든 사람 정도는 봐야 도와볼까 생각하는 정도다. 당연히 기부나 봉사활동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나도 힘든데 누굴 돕긴 도와 이런 태도였다.

그러다가 애니멀호더(동물수집하는 사람)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됐다. 14평에 고양이 70여마리가 산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사 쓴다고 그 고양이 사진들을 계속 들여다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커졌다. 나는 글을 쓸 뿐 그 고양이들의 구원자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인간에게 방치돼 그런 몰골로 살고 있는 생명들을 보자니 착잡한 마음뿐이었다.

글 말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그 고양이들을 구조한 동물구호단체가 기부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금 망설이고 5만원을 보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열심히 번 돈을 모두 고양이를 위해 쓴 셈이다. 고작 5만원 보냈다고 불편한 마음이 편해졌다. '아, 돈은 이런 데 쓰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쉬는 날 봉사 활동이나 좀 해볼까하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가 영물이라더니 그날 이후 하는 일도 다 잘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여전히 최저시급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일뿐이지만.

앞으로 꿈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거다. 일하다 보니 별 감정을 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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