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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일곱
가끔 술이 당기는 날이 있다. 보통 기분 좋은 날이 그렇다. 펍 같은 곳에서 맥주 한잔 기울이고 싶다. 친구는 한명이면 족하다.
나는 내가 술이 먹고 싶은 날이 올 줄 몰랐다. 맥주 한 캔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도 속으론 혀를 찼다.
이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도, 대형 마트에서 술을 사도 아무도 민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 만 이년의 고된 회사생활이 내 활기를 쏙 빨아먹은 듯 하다.
사실 아직 퇴근하고 가볍게 술집에 가본 적은 없다. 내가 먹고 싶어서 술을 산 기억도 한번 정도다. 술을 완전히 알아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나에겐 알코올 디스오더 DNA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잠깐의 환각에 나를 맡기기는 싫다.
난 A가 좋아질 때면 A가 겁난다. 그래서 마음껏 A를 사랑해줄 수가 없다. A를 경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삶이 휘청이게 될까봐 걱정돼서다. A가 사람이라면 가까워질 수 없는 것에 쓸쓸해했겠지만, 술이라서 그런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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