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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그리스 경제 위기
그리스는 전 세계 해양 물동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대국으로 이른바 ‘선박왕’이라고 불리는 해운재벌이 무수히 많다. 게다가 선조에게 물려받은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몰려드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위기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실직과 월급, 연금 삭감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멀쩡하게 옷을 입은 시민들이 마트 앞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충격을 주었다.
이렇듯 그리스는 왜 ‘부자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을까?
그리스인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그리스 국민들의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은 유럽 국가 중에 유일하게 2000시간을 넘는다.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 3위로 부지런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인에 비해 50% 가까이 많은 수치다. 오히려 그리스인들은 근면성실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스가 과도한 복지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기준 GDP 대비 복지비출비중은 21%로 28%에 이르는 독일이나 스웨덴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인해 그리스 경제에 위기가 도래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스의 경제가 위기를 맞은 첫 번째 이유는 부자의 ‘탈세’와 공무원의 ‘부패’를 용인하는 데 있다. 앞에도 언급했듯이 그리스에는 해운업으로 부를 이룬 부자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이러한 부자들의 탈세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일례로 2008년 그리스의 부자 동네인 아테네 북쪽의 에칼리 지역에서 수영장의 유무를 조사했고 이때 신고한 사람은 32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수영장으로 보이는 파란색 사각형을 찾아봤더니 무려 1만6974개의 수영장이 발견됐다. 52명 중 무려 51명이 탈세를 저지른 것이다. 부자들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금을 적게 내기위해 사업등록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조세회피지역, 스위스은행으로 자본을 옮기는 등의 탈세 행위를 일삼아 왔다.
이러한 부자들의 대담한 탈세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뇌물’이었다. 그리스는 ‘작은 봉투’라는 뜻하는 파켈라키와 ‘값비싼 정치적 특혜’를 뜻하는 루스페티가 존재하는데 특히 세금을 줄이거나 인·허가를 받는 등의 모든 청탁을 할 때 파켈라키를 건네는 것이 관행이다. 공무원들이 부자들의 부정을 바로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자들의 부정에 동조함으로써 그리스의 경제가 위기를 맞는데 일조했다.
두 번째로 이유는 그리스 정부가 필요한 자본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한 데 있다. 그리스는 199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된 금융자유화 조치와 2000년 유로존 가입으로 인해 자본유입량이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었다. 특히 유로존 가입으로 인해 단일금리 적용에 따른 저금리 혜택이 주어지면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자본이 그리스에 대규모로 유입되었다. 그러나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 의해서 촉발된 자본유동성의 급작스런 하락이 정부 부채상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그리스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었다.
현재는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국가 부도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그리스의 미래는 밝지 않다.
위의 그래프에서 파란색선은 사람들이 그리스 은행에 저축한 돈을 뜻한다. 2009년 이후 저축액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은행이 파산할 위기에 처해있어 사람들이 저축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은행에 예금한 모든 돈을 출금해 가는 랭크런이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갈색선은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의 수익률을 뜻하며 국채의 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반영한다. 경제상황이 좋다면 그 나라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져 채권 수익률은 내려간다.
2010년 이후 갈색선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임으로써 그리스가 경제적위기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3년 이후 그리스가 경제를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2015년 부분이다. 저축액은 또다시 곤두박질치고 국채수익률은 또다시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제는 ‘위기’에서만 그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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