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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억센 풀에게

*!*b 2019. 6. 9. 16:17

  

우리는 꽤 친했었다. 나는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편이라, 넌 또 그렇지 않은 편이라 잘 맞았다. 물론 내 생각일 수도 있다. 어른이 되며 각각의 생각이 생기고 더 이상 싫은 걸 참아가며 뭉칠 필요가 없어지니 우리는 자연히 흩어졌다. 서로 말고도 각자에게 친구는 많았으니까, 그랬으니까 서로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특히 내가 사람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아직까지 친구를 있으면 좋고 없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 친구가 나에게 가장 가깝기를, 나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기를 바라질 않는다. 왜냐하면 나도 상대에게 그러할 생각이 없고, 스스로도 상대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너는 억센 풀 같았다. 내가 아무리 털어내려 해도 악착같이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근데 이상하게 처음엔 네가 나에게 억센 풀이었다면,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너의 억센 풀이 되어갔다.

되돌아보면 너에게 배울 점이 많았는데, 나의 거만함이 문제였다. 이미 모두 흐트러져 버린 지금 누구를 탓하겠냐만은, 나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오만했으니까. 자신이 세상을 다 아는 체 했으니까. 정중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일에 미숙했으니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무시한 것이 너무 많았다.

이제 너는 내가 알던 과거의 네가 아닐 수도 있다. 너는 새로운 너를 매일 만들어가고 있겠지? 내가 그런 것처럼. 더 이상 너와 예전처럼 어울릴 수 없더라도 너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 너는 멋진 사람이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도전적인 사람이니까.

여기에는 너와의 추억도 있으니까 그리움을 담아 몇 자 적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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