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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읽다보면 꽂히는 문장이나 단어들이 있다. 마음에 들면 그때부터 주구장창 쓰면서 멋진 문장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2학년 때 근현대사 수업에서 교수님이 '압도되다'라는 말을 자주하셨는데 그 이후로 이 단어에 완전 정신이 팔렸었다. 역사수업이라 그런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남달랐고 좋아하는 교수님이 자주 쓰셔서 따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쓴 레포트나 글들을 보면 유난히 압도당했다, 압도됐다고 표현한 글들이 많다.
그 다음 빠졌던 단어는 '차치한다'다. 주로 '~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그것은 옳지 않다.' 꼴로 쓰이는데 위근우 칼럼리스트가 차치하다를 넣어서 쓴 글이 멋져보였다. 차치하다의 글자 자체나 발음이 세련됐고 실제로 문장 표현으써도 고급스럽다. 물론 이 표현도 내 글에서 수 십 번 사용됐다.
그리고 최근에 빠진 건 '젊어서 늙어버린'이라는 표현이다. 시를 배우면서 교수님이 시인들을 표현할 때 젊어서 늙어버린 이들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만큼 적절한 문장이 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장의 아이러니가 삶의 아이러니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역시 국어국문학 교수는 다르다고 감탄했다.
이 표현은 좀 더 특별한데, 글에 쓰기보다 내 인생을 들여다보는 돋보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젊어서 늙어버린'
젊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고뇌에 찬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하는 시인들의 소명이 담긴 문장.
사실 '젊을 때 아니면', '지금나이가 제일 예쁘다' 이런 말들은 나를 촉박하게 만들었다. 정해진 기한이란 건 사람 마음을 초조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써 소위 말하는'젊은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을 보며 질투하고, 우울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내가 가야할 곳을 알았다. 젊다고 모든 세상을 욕심내며 허망한 것을 좇을 게 아니라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의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미 늙었다고 생각하니 세상이 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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