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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절대로 한번에 말을 듣는 법이 없다. 곱게 얘기할 때 들으면 참 좋을텐데 꼭 험한 말을 들어야 그제서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체벌문화에 상당히 부정적인데 동생만 보면 손이 먼저 올라간다.
엊그제는 뭐 좀 하라고 시켰다. 동생은 과제가 바빠서 못 한다고 핑계를 댔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잘난 과제를 하길래 시간이 없냐"라고 비꼬며 동생 과제를 보고는 "어휴 저것도 과제라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랬더니 내 동생이 내 과제물을 들고 흔들며 "지는 이런거나 하면서"라고 하더라.


한참 인상 쓰고 살벌한 분위기 잡고 있었지만 동생이 흔드는 내 과제를 보고 나는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봐도 저 과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숙제 같았기 때문이다.
늘상 좀 폼나는 과제를 했는데 처음으로 과학 교양을 듣는 바람에 저런 해괴한 과제를 했다. 솔직히 너무 하기 싫었다.

동생의 반격에 할말이 없어진 나는 웃음소리만 남긴 채 조용이 입을 다물었다. 아. 오늘도 위엄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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