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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성품이 온화해서 남을 욕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가 거의 유일하게 꾸짖은 일이 있는데 순장 풍습을 비판하면서다.
"사람 형태의 인형 만들어 그것으로 순장을 가능하게 한 자는 삼대가 멸할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의 형태의 인형이었지만 곧 진짜 사람이 장례에 쓰이는 지경에 이르게 됐는데, 공자는 이 상상을 처음 만들고 시도한 사람이 잘못됐다고 봤다. 사람을 희생시키는 풍습을 경계함과 동시에 비틀린 생각의 '첫 출현'이 인간의 욕심과 결부돼 얼마나 큰 문제로 번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묵은 얘기가 아니다. 요즘도 '리얼돌'이 있지 않은가. 사람과 얼굴은 물론 신체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해 사람인지, 인형인지 분간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물건이다. 공자 말대로라면, 리얼돌은 교감 없는 일방적인 관계의 폭력성이 사람인 여성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삼대가 멸해야 할' 상상을 담고 있다.
세상에 난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진다. 욕망으로 부풀고 득실로 모양이 바뀌면서 멀리 번진다. 사람 모양의 인형하나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순장 풍습이 된 것처럼.
상상은 힘이 강하다. 인간의 욕심을 타고 실현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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