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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일년에 한두번은 분실사고가 생겼다. 대부분 일이만원 정도의 소액이 없어진 경우였다. 지금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불법이지만 당시는 소지품 검사를 하고는 했다.
가방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털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을 때 나는 이상한 기분과 의심에 빠졌다. 분명히 나는 훔친 적이 없었지만 내 가방에서 분실된 물건이 나오진 않을까, 혹시 내가 도벽이 있어서 훔쳐놓고 기억 못 하는 것은 아닐까했다. 아, 심지어는 나를 싫어하는 친구가 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내 가방에 물건을 몰래 넣어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왠지 내 가방에서 무언가 나올 것 같은 마음에 조마조마하게 물건을 꺼내놓으면서 나는 나도, 내 주변도 믿지 못했다.
분실물은 내 가방에서도 다른 친구들의 가방에서도 찾지 못했다. 도난된 것인지 아닌지 진위여부조차 따질 수 없는 말 그대로 '분실된' 물건인 셈이었다.
인간의 기억은 정말 처참해서 한 일도, 하지 않은 일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생님의 어두운 표정과 낮은 목소리, 반 안의 경직된 분위기로 모두가 난처함에 빠진 상황에서 기억은 더 어지럽혀지고 헷갈리게 된다.
참거짓을 다투는 일은 그런 거다. 사실이 곧 진실을 의미하지도 않고, 인간의 어떤 기억도 장담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특정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경우, 인간의 기억은 편향성을 띄고 왜곡될 수 있다.
장담하는 기억을 한번 더 다시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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