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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10년여간 구독하던 경향신문을 끊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읽지 않아서다. 읽지도 않는데 매일 매일 쌓이는 신문지도 처지 곤란이었다. 회사 신문을 강제구독 해야하는 탓에 폐지 늘어나는 속도가 남들보다 2배는 빨랐다.

경향을 워낙 오랜 시간봤고 애착도 컸던 터라 몇달을 미루다 큰맘 먹고 해제했다.

하지만 미련과 달리 구독해제 후 일상은 이전과 똑같았다. 신문지를 구성하고 있는 기사 내용 하나하나의 무게와는 관련 없이, 정말 '신문지'라는 형태의 콘텐츠는 일상을 좌지우지하기에는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유튜브를,  넷플릭스를 아니면 멜론같은 음악앱을 해제하면 심심하고 허전해서 다시 찾게될텐데, 이제는 뉴스를 네이버에서도,  유튜브나 sns로도 접할 수 있으니 신문지의 공백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러다 오늘 전화가 왔다. 경향신문 출판사업본부에서 온 전화다. 조중동 주간지 부수의 10분의 1도 안될 정도로 주간경향의 구독률이 떨어져 경영 위기를 겪고 있으니 구독 좀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마음이 동했다. 진보진영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비록 나는 플레이어가 됐어도 그저 그런, 직장인이 되었지만 경향이 나 대신 세상을 위해 일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액포트 등 기자들이 압수수색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다른 기자들 생각은 모르겠지만 '언론탄압'이라는 구호도 찾기 어려웠다. 모두가 입 다물고 있는 세상,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 구독료라는 작은 돈으로 부채감을 덜려 주간경향을 구독했다. 돈이 정말 가치를 발휘할 때는 의미있는 곳에 쓰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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