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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 귀가 복귀라고 했다. 그래서 귀를 뚫는 것은 복이 새나가는 것이니 귀를 뚫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귀를 뚫을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도 귀를 뚫지 않았다. 운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알고있는 상황에서 굳이 아픔을 감수하면서 귀를 뚫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세사리의 세상을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몇년 전 아니,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악세사리에 관심이 없던 내가 그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귀를 뚫고 싶다'라는 생각이 생기게 되었지만 나는 여러번 주저했다. 귀를 뚫고 복이 새면 어쩌지, 염증이 나면 어쩌지,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흉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염증과 흉터에 대한 공포보다는 엄마가 했던 말이 오랜시간 내 생각을 지배해온 탓이었다. 엄마가 알려주지 않은 길로 가면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가 될 것 같다는 불안함, 이런 불안감이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뿐만 아니라 세상에 많은 요소들이 나를 겁쟁이로 만들고 있다고 느꼈다. 대학가서 하면 안되는 것, 하면 안되는 알바 등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이들이 좋다안좋다는 평가를 내리면 나는 그에 맞춰 순응하기 바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채 힘들고 어렵다는 말에 겁을 내면서.
엄마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지름길로의 안내 덕에 나는 무탈하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잘 닦여진 지름길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타인의 언어로 경험한, '알고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천편일률적으로 성장하는 어른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 남은 나를 평범하게 보더라도 스스로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귀를 뚫어버렸다. 그것도 혼자서.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작은 저항이었으며 앞으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동이다.
귀 뚫는 사소한 행동에 무슨 의미부여를 심하게 하느냐 따져 물을 수도 있지만, 인간의 인생은 결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음을 알기에 사소한 행동에 삶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은 쌓여가는 것이다 그렇게 믿으면서 오늘이 내일의 나에게 보탬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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