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얼마 전 교수님과의 대화가 불쾌했던 이유가 여기 안에 다 담겨있다. 나는 자신의 일처리를 위한 수단으로 나를 이용한 게 불쾌했던 것이다.
사실 인간관계라는 게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항상 이 지점에서 고민한다. 내 시간 떼우자고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외로우니까, 힘드니까, 짜증나니까 좀 받아줘라는 식의 투정을 경계한다. 친구를 내 감정받이로, 그러니까 감정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근데 좀 바꿔 생각해보니, 나는 친구가 내게 속풀이를 하는 게 마냥 나쁘지는 않다. 친구가 내게 그렇게 기댈 때 '왜 나를 수단으로 대하지????'하며 교수에게 느꼈던 것처럼 화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좀 기대고 있나 싶어 괜시리 뿌듯할 때도 있다. 물론 자주 그러면 시큰둥하겠지만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 같아서 기분이 좋다.
엄밀히 말해 교수나 친구가 행동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내게서 '무엇'을 필요로 했으니까. 근데 왜 기분은 다를까?
거기엔 애정이 있을 것 같다. 교수와 나는 교감이 없지만 친구는 그렇지 않다. 나도 친구에게 친구도 나에게 애정이 있으니 간혹 친구가 내게 무엇을 원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그조차도 좋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정도에 이르니 칸트의 말이 완전히 옳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내 개똥철학으로 낸 결론이라 틀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정말 인간관계에는 애정이 중요하다. 사람을 살게 만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