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정말 덥다. 근데 어느 샌가 추위보다 더위를 더 즐기는 몸이 되버려서 나쁘지만은 않다. 걱정되는 건 야외에서 일하는 아빠다. 아빠는 얼마 전에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아무튼 병을 크게 앓은 터라 또 더위를 먹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전염병이나 기후위기는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 공평하지가 않다. 선진국들이 벌여놓은 산업화의 부산물을 빈국들이 떠안고 있는 모습이다. 가난한 자들은 병에, 더위에,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부자들을 돈으로 모든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도 아니고, 지구열대화의 시대다. 탄소을 줄여야 지구평균온도를 낮추고 온난화도 늦출 수 있다고 하지만 조별과제처럼 아무도 총대 매려 하지 않는다. 막장까지 치닫은 거 같아 체념하게 될 때도 있다. 당장 튼튼한 지붕 아래 에어..
7월에 정말 소비가 많았다. 제주여행 가서 70만원 정도 썼고, 엄마 생신 선물로 13만원, 핸드폰 사는데 90만원 들었다. 개인 용돈까지 포함하면 이번달은 그냥 번 만큼 다 쓴 거 같다. 난 신용카드가 없어서 다 현금으로 썼다. 굵직하게 쓰는 돈도 많아지고, 자잘하게 쓰는 돈도 많아져서 이제는 가계부를 쓰려고 한다. 확실히 돈을 어디에 쓰는지 보이니까 절제하게 된다. 이번달에는 교통비 제외 딱 15만원만 쓰려고 했는데, 남은 돈이 3만6천원이다. 다음달 월급까지는 25일 남았다. 옷, 화장품 안사고 디저트도 덜 사먹고 그러면 언뜻 될 것 같은데... 아 근데 이번달에 회사 선배랑 약속있어서...쉽지 않아보인다. 넷플릭스 결제도 5500원짜리로 바꾸던가 해야겠다.
싫은 일이라도 꾸역꾸역 삼키는 삶아오다 최근에 한번 일탈했다. 누군가 내민 손을 툭하고 쳐버렸다. 체력적으로 지친 것도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부담스럽고 내키지 않아서 못본 체 했다. 내 마음대로 인간관계를 선택하고, 설정하면 편할 줄 알았다. 근데 그렇지도 않았다. 용기내 건낸 연락일텐데, 무참히 씹어버린 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다. 외면의 대가로 내내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는 어떻게든 나를 위한 변명을 만들어야 했다. 그를 피해야했던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 봤다. 이런 생각할 시간에 '바빠서, 나중에 보자' 한마디 보낼 걸 후회도 스쳤다. 아무튼 나는 그 사람이 편하지 않았다. 미운 건 아니었는데, 그냥 만나고 나면 개운치 않은 감상이 남았다. 다정하고 착하고 세상에 해끼치는 일 없이 바르게 사는..
오늘 지하철을 내리던 길에 워커를 신은 어떤 남자가 내 복숭아뼈를 밟았다. 죄송하다는 말에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다고 대답은 했지만, 회사에 와서 보니 살이 까져있었다. 다행이 피는 안났다. 맨날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면서 언젠가 사고 한 번 나겠구나 했는데 오늘이었다. 지하철에서는 어깨나 다리를 맞붙이거나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의 숨결까지 공유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요즘은 더워져서 그런지 살끼리 스쳐서 불쾌지수가 급증하는 일, 심기를 거스르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일이 늘었다. 그래도 다쳤던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살점이 뜯겨나갔다. 방학은 없더라도 하절기, 동절기 극한날씨에는 재택을 해야하는 게 아닌지...
7.2~7.4 제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엔 서쪽에서 놀았다. 10여년 만에 바다 들어가서 수영도 했다. 칠월 초라 물이 차긴 했지만 판포포구 정말 좋다. 나도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 수심 2m정도 돼서 구명조끼나 튜브 없으면 들어가기 무서울 정도다. 판포포구 입구에 있는 판포리청년회에서 구명조끼(1만원) 빌리지말고, 신호등 건너에 있는 매운탕집(5000원)에서 빌려야 싸다. 나중에 몸 녹일겸 매운탕 먹으러 갔다가 가격차이를 알게 돼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 스노쿨링 장비는 미리 준비해갔다. 쿠팡에서 산 것(14900원)보다 다이소(총 8000원)에서 산 장비가 훨 좋으니 다이소에서 사길... 핫둘ㅈㅈ 유튜버 추천으로 한라산소갈비찜 먹었다가 대실망했다. 가족들 좋은 거 먹이려고 1인당 29000원..
난 뭐가 무섭지 난 뭐가 싫었지 난 뭐가 좋았지 난 뭐를 원했지 눈뜨면 일하러 가고 시간되면 집에 오고 기계적으로 일하고 마음 속엔 불만만 잔뜩. 다 알고 버티는 거면서,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자기연민을 높이도 쌓았다. 난 도대체 왜 화가 났을까, 돈을 적게 줘서? 일 마무리할 시간을 촉박하게 줘서? 무의미한 타이핑이 탄로 나서? 내가 무능한 탓인지, 회사가 나를 가스라이팅해놓은 건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하면서도 오기가 생긴다. 열심히 산다고 하는데, 언제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욕심이 팔자에 비해 과했던 걸까
공부 시작한 후로 주경야독의 나날이었다. 동 트기 전엔 출근을 했고 퇴근해서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공부를 하다 잤다. 아, 물론 매일은 아니고 지난 삼개월간 팔할 정도의 이야기다. 내 미래를 바꿔보고 싶었다. 월급노예로 살다가 버려지고 싶지는 않았다. 회사 업무와 나를 분리하고 싶었다. 인턴 이후 지금까지 퇴근을 해도, 쉬는 날이어도 업무 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 올초 팀이 전면 개편됐다. 더 이상 주말이나 공휴일에 업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내 인생을 고민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공부할 때는 마음이 편했다. 젊음을 촘촘하게 쓰고 있다는 만족감, 미래를 위한 제반을 다지고 있는 안도감, 새로운 앎에서 오는 성취감이 꽤나 중독적이었다.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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