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학교 강의실에서 웃고 떠드는 여자들이 꼴보기 싫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읽자마자 갑갑함이 몰려왔다. 왜 항상 분노는 약자를 향하는가?자신이 이런 생각이 자신을 우월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다른 집단은 타자화한 히틀러의 사상과 똑 닮아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히틀러의 타자화는 큰 죄고 여자를 타자화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는 것인가?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무력감을 느낀다.특히 요즘 전공수업으로 외교, 안보 그리고 전쟁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이 세상이 모두 남성의 언어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어려운 외교나 안보상황이 두렵기만 하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또 다시 그나마 신장한 여권이 다시 추락..
내 머릿속은 화수분이지만 내 시간은 그렇지 않기에.
한 사람은 한 세계다. 세계는 다양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 수많은 언어와 관습과 꽃과 나무와 곤충과 그밖의 나열하기 어려운 나머지 구성들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의 주인인 본인 조차 무엇이 어디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 아니 인식조차 하기 힘들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수만의 세계와 접촉하고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한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일이기에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새로운 세계가 익숙해져도 문득 문득 번쩍하고 낯설음이 용솟음치기에 쉽지가 않다. 평생을 함께한 가족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접한 세계이기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어째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다. 이러다 영영 정든 세계를 떠나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
엄마는 내 귀가 복귀라고 했다. 그래서 귀를 뚫는 것은 복이 새나가는 것이니 귀를 뚫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귀를 뚫을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도 귀를 뚫지 않았다. 운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알고있는 상황에서 굳이 아픔을 감수하면서 귀를 뚫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세사리의 세상을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몇년 전 아니,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악세사리에 관심이 없던 내가 그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귀를 뚫고 싶다'라는 생각이 생기게 되었지만 나는 여러번 주저했다. 귀를 뚫고 복이 새면 어쩌지, 염증이 나면 어쩌지,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흉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염증과 흉터에 대한 공포보다는 엄마가 했던 말이 오랜시간 내 생각을 지배..
가족이나 편한친구에겐 상처가 될 법한 말도 쉽게 던지고는 한다. 주변에 있을수록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대해야하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즐기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된 듯 싶다. 어느 노래를 듣다가 꽃히는 가사가 있었다. 음악은 밝고 발랄한 분위기였는데 나에겐 그 가사가 묘하게 슬프게 들렸다. 자세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내 편이 맞냐고 묻는 가사였다. 너 정말 내 편이 맞냐고 반복해서 묻는 것이 그 신나는 댄스곡과는 안맞게 슬프게 느껴졌다. 왜 그랬나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내 편이냐고 물어볼만큼 '처절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 상황이 나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관계 맺기는 나를 수 백 번 좌절하게 만든다. 내가 놓으면 끊어질 관계라는 ..
나는 무채색의 존재다.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무채색 인간 중에 하나라는 것도 안다. 눈에 띠는 색채를 지니지 못했다고 해서 자괴감이 든다거나 무력하거나 하지도 않다. 무채색은 유채색으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서 내가 두르게 되는 색이 정해진다고 믿는다. 선천적으로 색채를 갖지 못한 인간이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색채를 쟁취하겠다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색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는 일이 잦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성인으로서 생존하겠다는 욕구와 이왕 생존하는 거 좀 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하고자하는 욕구가 뒤섞인 것이다.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선 한 가지가 필요하다. '설득'이다. 사는 것이란..
고등학교 때 기가 시간이었나 선생님께서 타임머신을 발명한다면 어느 시대로 가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과거로 가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는 조선시대. 다른 친구들은 미래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와중에 나만 과거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마 그때 조선시대를 배우고 있어서 그렇게 답한듯 싶다. 그러나 나는 삼국시대를 더 좋아한다. 어렸을 때 드라마 서동요를 감명깊게 본 탓인지 백제 30대 왕인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 얘기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했다. 이제서야 선화공주가 진흥왕이 셋째딸이 아닌 것을 인정할 정도로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실화이길 빌었다. 이게 내가 기억하는 첫번째 지식탐구였다. 과거로 가서 사실을 눈으로 보고싶다고 말할만큼 알려지지않은 진실을 궁금해했다. 욕심은 많아서 지식이 넓고 깊기를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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