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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채색의 존재다.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무채색 인간 중에 하나라는 것도 안다. 눈에 띠는 색채를 지니지 못했다고 해서 자괴감이 든다거나 무력하거나 하지도 않다. 무채색은 유채색으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서 내가 두르게 되는 색이 정해진다고 믿는다. 선천적으로 색채를 갖지 못한 인간이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색채를 쟁취하겠다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색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는 일이 잦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성인으로서 생존하겠다는 욕구와 이왕 생존하는 거 좀 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하고자하는 욕구가 뒤섞인 것이다.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선 한 가지가 필요하다. '설득'이다. 사는 것이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내 존재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내 가치는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높은 학벌, 스펙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시장에 나를 설득하기 위한 논거로써 이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설득하기 위해선 논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성을 동경한다. 나보다 지적 수준이 높은 이를 보면 경외감을 갖는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어디서 그런 것을 공부했고 어떻게 배웠는지 묻고 싶은 게 매우 많다.

예전에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있는 타인을 보면 질투라는 감정이 먼저 툭 튀어나왔다. 아마 사탕을 먹고 싶은데 창 넘어 사탕먹는 친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심정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런 나도 조금은 성숙해졌는지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행복하다. 궁금했던 세계를 넘어 무지했던 세계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 내가 논리적으로 말로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시험보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지 깨닫기 되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배우는 것은 사탕을 먹는 것 이상으로 달콤한 일이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았음에 감사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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