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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지하철 투신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 역시 1호선을 타고 등하교를 하는터라 지하철 투신사건이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또 학교와 가까운 역에는 스크린 도어가 없기 때문에 투신 사건이 간혹 발생하곤 했었다.

엊그제인가 또 지하철 투신 기사를 네이트 뉴스에서 보았다. 댓글에는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여러사람에게 피해를 주냐, 당신(투신한 사람)때문에 집에 두시간이나 늦게 들어갔다' 등 갖가지 내용이 있었다. 그 중 내 시선을 끄는 것은 '스크린 도어를 왜 설치하지 않았냐'하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그 댓글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지 않았기때문에 자살했다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멀쩡한 사회인이라면 스크린 도어가 없다고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 논조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잡은 댓글도 문제였지만, 더 무서운 건 그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었다는 점이다.

'자살'은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사회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살한 이들의 상황을 들어보면 자살생각이 없던 나조차도 숨통이 막혀올 정도다. 도저히 한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빈부격차, 더 나아가 되물림되는 가난, 비정상적인 가정의 폭력, 상처으로 얼룩진 인간관계등 처음부터 다른 이들과 출발선을 달리했던 문제는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로 고착되며 한 인간을 갉아먹는다. 조심스럽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든 껴안고 살아가라'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잔인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시스템에서 시작된 문제를 전부 개인에게 떠넘기는 일은 옳지않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의 자살문제에서 결코 사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도 개인의 자살을 사회의 문제로 인지하기 시작했는지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등의 자살예방책을 꾸려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왠지 스크린 도어설치가 단지 사회의 책임회피로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스크린 도어가 없기때문에 자살했다'는 식의 댓글이 작성되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 베스트댓글까지 되었다. 이는 스크린 도어 설치가 사회의 책임 회피망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본다. 스크린 도어까지 설치한 사회에 더 물을 책임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논리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가시적인 무언가를 하고 책임을 더니 얼마나 가벼운가. 심지어 대중조차도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지 않았단 사실만 추궁할 뿐,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불평등에는 집중하지 않는다.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지 않았기때문에 자살방조가 아니라 극복할 수 없는 짊어진 개인을 방관했기 때문에 자살방조인 것이다. 타인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면서까지 자살한 이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나 그들이 '사회적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한번 쯤은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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