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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도전 골든벨의 환상

*!*b 2017. 6. 18. 23:42

어렸을 때 도전골든벨과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 '최후의 1인'이 되는 꿈을 꾸고는 했었다. 그런 꿈을 꿀 때마다 가슴이 어찌나 벅차던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학교는 도전 골든벨에 별 관심이 없었던 탓에 나에게는 출연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학교가 도전 골든벨에 출연했더라면 나는 반드시 최후의 1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넓게 안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내게 있었던 것 같다. 넓게 아는 것은 내가 지식을 '뽐낼' 기회가 확률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고 나는 나의 우월한 지식을 앞세워 타인보다 높은 자리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후의 1인이 된다는 생각보다 더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지식을 단지 우월함을 드러낼 도구로 생각하다니 나도 정말 어렸던 것 같다.

도전 골든벨은 나같이 어린 중생에게 지식에 대한 위험한 관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 골든벨은 많이 아는 것만 강조할 뿐 학문에 대한 애정과 애정으로부터 생긴 학문에 대한 깊이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는다. 학문에 대한 정의가 서지 않은 학생들에게 은연중에 어떻게든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나처럼 학문을 나를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서만 이용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으며 사회적으로 얕은 지식만을 추구하는 풍토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많이 아는 것은 유식한 사람이 될 수 있어도 전문가는 될 수 없다. 깊이없는 지식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짧은 시간 개인의 우월함을 드러내는데 용이할지 몰라도 그러한 지식은 사회로 환원될 수 없는 일회용품일 뿐이다. 지식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하며 그것을 목적으로 생산되고 향유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과거의 나처럼 도전 골든벨의 '환상'에 젖은 이들이 있다면 하루빨리 이를 버리고 지식과 학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다. 넓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깊이 아는 것은 또 다른 짜릿함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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