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매일 글

3월

*!*b 2023. 3. 24. 23:47


#3월
3월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1일부터 몸이 아파 2일 연차를 내고 회사를 쉬었다. 아픈 거 꾹 참고 세수하고 로션을 바르던 참이었는데 속이 울렁울렁 거렸다.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걸어서 회사까지 갈 컨티션이 아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몸살인줄 알았다. 작년에 감기한번 없이 넘어간 터라,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구분을 못했던 거다.

아무튼 그날 여차저차 병원에 가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열이 엄청나는 동시에 오한도 함께 느꼈다. 코속은 메말라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가습기를 급하게 샀다. 투병 내내 먹은 건 누룽지와 계란찜이다. 누룽지 한알한알이 목구멍 속에서 세질 정도로 부었다.

그렇게 7일을 쉬고 다시 출근을 했다. 기침 증상이 낫지 않아 약을 2차례 정도 더 사서 먹었다. 브레인 포그 증상도 나탔다.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졌고 슬레이트 치듯 뇌에서 무엇인가 끊기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식욕은 그대로인데 후각, 미각은 정상이 아니었다. 정말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향기나 냄새도 잘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2주 넘게 지속됐다.

3월 내내 고장난 상태로 지냈다. 일은 어떻게 한 거고, 회사는 어떻게 다녔는지...이런 게 기적이 아닐까싶다.

#나는 선택지가 2개니까
예전에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무난히 하고 싶다. 열심히 하면 힘이 들어서다. 내가 낼 수 있는 결과물의 한도는 정해져있다. 한 작품에 공이 많이 들어가면 한 작품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어진다. 나는 한 작품만 잘 하는 대신 모든 작품의 평균을 맞추기로 했다.

일을 못 한다해도 상관없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2개니까. 지금 가진 카드를 당장이라도 절단내거나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그니까, 갑은 나다. 회사의 인정에 더 이상 목말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보다 앞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사람을 따라 잡고 싶어진다. 내 역량을 끌어올려서 어떻게든 그를 넘어나 그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덮친다.

이 파도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파도는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금요일
가끔은 신들린 듯이 써내린다. 글도, 생각도 내 역량 이상의 것이 튀어나온다. 혼자 박수를 친다. '나는 천재다'라고.

그런 날만 있는 건 아니다. 더 잘 할 수 있지만, 덜 정성을 기울이는 날이 더 많다. 나는 내일을 살아야 하니까, 체력을 아껴두는 거다.

이렇게 마음을 잡으니 외부 자극이 없다면 크게 내적 동요가 없다. 나는 충분히 성실하고 이만하면 됐다 싶다.

그렇게 정신 없이 모든일을 끝내고 온 금요일 퇴근길은 만감이 교차한다. 어떤 날은 뿌듯하고 어떤 날은 쓸쓸하고 아쉬운 기분이 든다.

오늘은 유독 쓸쓸한 기분이었다. 약속을 잡을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괜히 먼 카페를 들르고, 편의점을 돌아서 집에 도착했다.







'매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걸음  (0) 2023.06.29
잘했다  (2) 2023.05.28
경차도 서울간다  (1) 2023.02.09
되겠는데?  (2) 2023.01.28
욕심과 나  (0) 2023.01.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