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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할머니의 마지막

*!*b 2019. 1. 10. 11:44

새해가 밝은지 하루만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힘겹게 암과 싸우고 계셨다. 사실 할머니가 정말 암과 싸운건지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그에 자포자기 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손주에게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힘겨운 암투병의 고통에서 얼른 할머니가 벗어나길 바랬고 할머니는 '죽음'으로써 그 고통에 벗어나셨다. 나는 할머니가 고통에서 벗어나시는 방법이 죽음 뿐임을 알았으면서도 할머니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나쁜 손주였다. 부천에서 전주까지 왔다갔다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다른 일에 내 정성을 쏟는 것이 아까웠나보다. 어차피 고령의 할머니가 암을 극복하고 다시 이전의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이상을 믿지 않는,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이성을 찾는 합리주의자여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죽은 할머니는 정말 바짝 말라있었다. 생전에 풍채가 좋았던 분이셨는데 투병 기간 중에 죽과 주사로만 생명을 연장하다보니 그 살이 모두 빠지셨다고 한다. 몇 번을 입혔는지도 기억나지도 않을만큼 꽁꽁 싸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할머니의 마른 몸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슬픔을 기리는 삼일장은 순식간에 흘렀다. 사백명에 가까운 할머니의 지인들이 왔다가셨고, 할머니가 일흔 생일맞아 찍었던 사진 앞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보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애도하며 그리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마직막으로 할머니의 유골함을 추모공원에 모실 때,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유골함을 만지며 "할머니 사랑해"를 말하던 사촌동생의 모습에 참았던 울음을 다시 한 번 터뜨렸다. 생전에 할머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눴던 손주가 그런 말을 하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다시 한 번 상기됐다. 사실 아직 할머니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할아버지께서도 할머니가 들어오실 것 같으니 얼른 현관문을 열어놓으라고 하셨다. 인풍에 내려가면, 할머니가 왔냐며 맞이해주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께 한번이라도 용돈을 드릴 걸, 더 같이 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끊이질 않는다.

할머니 이승에서 다섯자식들 때문에 고생많으셨어요. 더 이상 속 썩이는 자식들 없으니 마음 편히 놓으세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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