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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크록스 사드렸다.
원래 운동화 사드리려고 했는데 배가 엄청 많이 나오시고 허리도 별로 안 좋으셔서 신고 벗기 편한 신발로 샀다. 크록스 만만하게 봤는데 8만원이 넘었다. 털 달린 것만 비싼 줄 알았는데...
저런 고무신 같은 푹신한 신발 찾으려고 백화점 몇개층을 오르락내리락 했는지 모르겠다. 돌고 돌아 결국 저런 고무신은 크록스가 짱이라는 걸 깨달았다.
신발이 필요없다던 할아버지는 쇼핑백을 보고선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새벽 이슬 맞아 가며 돈 번 보람이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돈만 더 많이 벌면 할아버지 여행도 보내드리고, 엄마 호강도 시켜주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할텐데...
근데 결국 생각을 하다보면 저런 건 핑계일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냥 그때 그때 내가 할 수있는 한도에서, 내 정성을 전달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다. 조금 더 나은 사정으로 나중에 대접해야지 하고 내일로 미루면 평생 할 수가 없다. 살아보니까 인간 사정이라는 게 드라마틱하게 뒤바뀌지가 않는다. 나는 적게 먹고 적게 쌀 팔자고, 나도 그런 팔자가 꽤 마음에 든다.
추석에 할아버지 집(전북 완주군)까지 10시간이 걸렸다. 카카오네비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 올때도 6시간 걸렸는데 연 이틀 차안에서 내내 있다보니 피부가 엄청 건조해졌다.
이제는 면허를 진짜 따야할 순간이 온 거 같다. 수능 끝나고 땄었어야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 나이가 됐다. 미루는 건 진짜 안 좋은 습관이다. 동생이 면허가 있어서 망정이지 아빠 무릎이 아작 날 뻔했다. 엄마 공인중개사 시험 끝나면 손잡고 같이 학원 끊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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