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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강자와 약자

*!*b 2017. 5. 8. 22:30

교수님이 수업을 마치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일제에 대항하지 못한 우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교수님의 발언에 화가 났다. 힘이 약해서 당했다는 것은 일제의 모든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럼 일제 침략은 옳은 것이며 우리는 열등한 종족이기 때문에 침략은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일이 있었다 같은과 친구에게 얘기를 했다. 친구는 교수님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솔직히 우리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강대국의 팽창논리에 당해낼 수 없었고 그들의 지배는 자주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한 우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 했다.

이를 두고 친구와 나는 설전을 벌였다.(매우 건전한 토론이었기에 좋았다)

조선은 국제정세를 보는 눈이 어두웠고 개혁개방도 한 발 늦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약한(무지한) 나라는 지배를 받아도 괜찮다 식의 태도는 무척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책임은 강자한테 있는 것이 매우 분명한데, 화살은 약자에게 돌아오는 격이기 때문이다.

왜 책임을 잘못없는 약자에게 묻는 것인가?

조선 문제뿐만아니다. 우리사회는 '강자'의 책임을 '약자'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 짧은 치마를 입기 때문에 성폭행 위험에 노출된다라는 논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는 논리가 아주 대표적인 예다.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가 떠오른다. 설렁탕집 주인에게만 소리칠 줄 알았던 옹졸한 그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와 겹쳐지는 것 같다. 우리가 지탄해야 할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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