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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생각 나누기

*!*b 2017. 5. 15. 22:42




의견을 피력해야한다는 생각에 급급해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결국 말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라 감정소모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입장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오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개인의 가치관에 차이로 인한 것이라 생각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사람과 충돌한다. 상처를 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 차이로 인해 격한 언쟁을 벌이다 보면 '의'가 상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내 의견을 지지해주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상해버린다. 우리가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인 것이 첫번째이고 누군가 동조해주지 않는 생각은 그 가치를 잃고만다는 두려움이 두번째 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말할 때마다 손을 들고 질문을 하던 친구가 있다. 하도 질문을 많이해서 친하지도 않았던 그 친구 이름이 기억날 정도다.  친구는 뭐가 그리 궁금했는지 수업이 방해가 될 정도 질문을 쏟아 부었다. 간혹 정말 내가 모르는 것을 질문해줘 고맙기도 했지만 대부분 '쓸데없는' 질문이라 수업방해가 된다고 선생님이 질문 횟수를 제한할 정도였다. 한번은 선생님이 대놓고 '필요한' 질문만 하라며 아이들 앞에서 그 친구를 면박주기도 했다. 그때 이후 반 친구들은 그 친구를 은근슬쩍 무시하거나 질문을 하는 그 친구를 비웃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기심이 많았던 것 뿐이었던 그 친구가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것을 방관하기만 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럽고, 교육자로서의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던 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는 이때 튀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 깊게 박혔는지 아직도 단순히 질문을 할 때 조차 벌벌떠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질문과 필요한 질문을 나눠 정형화된 질문만 요했던 수업 분위기 속에서 나같이 생각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은 힘없고 어린 나의 방어기제였을 것이다. 질문하지 않는 것, 내 생각을 감추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토론을 강요해 억지로 토론에 임하니 쉽게 토론문화에 젖어들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인 것이다.


이러니 의견나누기에 쉽게 감정을 다칠 수 밖에.


그러나 감정이 상한다고 해서 의견을 나누는 일이 멈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넘어지고 다치면서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론이 사람의 영역이듯 대화 또한 사람의 영역이기에 사회가 겪고 또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가 대화로 해결될 수 있길 바라본다.


아. 그리고 누군가 동조해주지 않아도 의견은 의견 자체로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에서 멈춘게 하니라 세상 밖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갖기 때문이다. 누구나 두려움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넉넉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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