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2020년 3월 7일 작년 5월부터 약 1년간 파트타임으로 일해온 곳에서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가 원인이었고 우스갯소리로 곧 잘릴 것 같다고 말한 게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하루 7.5시간, 주 2일 정해진 요일에 일을 했고 방학 중에는 주 3일 유동적인 근무라 주마다 스케쥴표를 받아 일했습니다. 역시 3월에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 연락이 없다 7일이 돼서야 회사측으로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해고는 문자로 통보받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코로나 때문에 회사경영이 어려워짐을 알았고, 통보를 받자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지만 첫 문자 내용에 "안 나와도 될 것 같아"라는 말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굉장히 모호한 해고통지였습니다. 이게 잘린 건지, 아니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다시 한 번 문자를 보냈습니다. 해고처리가 된 상황인지를 묻자, 회사측은 " 진정되면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고 길게는 5월 말까지 직원 한 명만을 고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저는 해고가 아닌 '무급 휴직'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거센 실업여파가 주요 이슈였고, 실제로 코로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여행사와 그 직원들은 무급 휴가에 처하거나 해고 당했다는 내용이 다수였습니다. 코로나로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저도 제가 감당할 부분이 있다면 감당해야한다고 생각해 무급휴직을 좋은 휴식 기회로 삼으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회사측으로부터 완전한 해고통지가 아닌 다시 일할 수 있는 상황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5월 31일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6월 1일이 되었습니다. 약 세 달이 흐르면서, 처음에는 '경영이 힘들면 알바생 자르는 건 당연하지'하는 생각에서 '어떻게 일 년 간 일한 사람을, 알바생이라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노동자의 권리가 사뿐히 즈려밟힌 것 같아 불쾌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억울함에 인터넷에 권리구제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던 중, '해고예고수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고예고수당이란 30일 이전에 사용자가 해고통지를 하지 않았을 때 노동자는 사용자로부터 30일 간의 통상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3개월 이상 일한 근로자여만 합니다. 1350으로 전화하시면 알려줍니다.

   해고예고수당도 알았고, 약속한 5월 말일도 지나자 저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조용히 해고 당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절차는 간단합니다. 고용노동부(https://minwon.moel.go.kr/minwon2008/index_new.do)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단 카테고리의 { 민원 } - { 민원신청 } 순으로 접속 하고 임금체불서 진정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할 때, 체불된 임금에 대해서도 기재해야하는데 자신의 30일 통상임금을 계산하면 됩니다. 주3회 7.5시간, 최저시급을 받은 제가 사용한 해고예고수당 수식입니다. 해고예고수당을 다르게 계산하는 방법도 있는데, 만약에 주3일 7.5시간, 최저시급 근무자라면 7.5 * 3 = 22.5 이고 일평균 근무는 4.5시간, 4.5*8590(원)*30(일) = 1,159,650원이 나옵니다. 두 수식 중 유리한 것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저는 두 번째 수식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진정서를 넣은 다음날 고용노동부로부터 출석 연락을 받았고, 6월 12일에 출석했습니다. 본사 담당자가 나왔고 근로감독관님까지 세 명이서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저는 두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어디서, 얼마를 받고, 무슨 근무를 했는지부터 시작했습니다. 쟁점이 된 부분만 요약하겠습니다. 

  1) 근무를 지속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느냐, 문자 내용의 "어쩔 수 없네요"라는 내용이 있는데 무슨 뜻이냐. 

  저는 전에도 회사가 매장을 옮길 때 기다리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사태가 지정되면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네요라는 말도 그런 생각에서 말했다.  -> 사실 저는 근무를 계속하고 싶다 강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걱정했던 부분이 이 부분이었는데, 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해고예고수당 받아야하는 분이 계시다면 강하게 근무지속 의사를 표시하세요. 사직서 절대 안 됩니다. 해고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2) 사측에서는 다른 매장 발령도 고려했다는데 아는 사실이냐.

  들어본 적도 없고 고려해본 적도 없다.

  3)  사측에서는 해고된 것이 아니라 유예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유예라고 할지라도, 이미 약속된 5월 말은 끝났다. 

  4) 합의를 안 하면 민사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권고사직으로 인정되면 해고예고수당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권고사직은 내가 사직서를 제출해야 성립되는 것 아니냐(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감독관은 사직서를 내지 않아도 권고사직 처리가 될 수 있다고 답함) 나는 내가 제시한 금액 전부를 받겠다. 

   삼자대면 끝나고 근로감독관께서는 양측과 일대일로 합의를 유도하셨습니다. 저는 합의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제 합의는,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인정받고 제가 제시한 금액을 모두 받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로감독감께서는 서로 금액을 맞추는 것이 합의라고 했고 사측에서는 98만원의 50%정도만 지불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사측도 "변호사를 사서라도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코웃음쳤는데, 변호사가 세상에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 얘기를 하면 제가 위축될 줄 알았나봅니다. 

   사실 저는 이미 변호사와 상담을 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사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근거를 여럿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무 조건이 변동되었음에도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지 않은 것, 불법이 포함된 근로계약서, 부당한 근로조건 변경 등 제가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않더라도 사측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기에 사측의 겁박에도 기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로감독관께서는 이편도 저편도 들지 않습니다. 그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원만히 합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인 내 말 왜 안 듣지'하고 화내지 마시고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소명하면 됩니다. 

   저는 해고예고수당 전부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고, 그 자리에서 사측과 소송까지 결심했습니다. 합의되지 않은 채 노동부 밖으로 나왔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사측에서 돈을 주겠답니다. 변호사까지 선임한다고 한 게 삼십분도 채 안 됐는데 왜 생각이 바뀐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 계산이겠죠. 회계 문제 때문에 108만원의 3.3프로 떼고 줘도 되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건 회사 문제고 108만원 맞춰달라고 했습니다. 절대 세금 떼고 받지 마세요. 해고예고수당은 세금 떼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출석하실 때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많이 만들어서 가셔야 해고예고수당 주장하기 수월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물론 사업주들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저는 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사실 노동부 출석하면서도, 코로나로 힘든 거 다 아는데 법대로만 해결하는 내가 너무 매정한 게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특히 단시간 파트타임 노동자만큼 고용이 불안한 사람은 없고 심지어 곧 있으면 1년이고 퇴직금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점을 상기하니 억울함이 몰려왔습니다. 사람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노동자의 존엄을 무시하는 사용자들의 민낯이 드러나버렸습니다. 억울하신 분이 계시다면, 절차에 맞춰 권리구제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점에 미쳐버린 자...  (0) 2020.06.19
포스트아베, 일본의 차기총리 정리  (0) 2020.06.15
아직도  (1) 2020.05.26
새로 생긴 습관  (0) 2020.05.25
귓속을 맴도는 말  (0) 2020.05.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