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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카

영화 옥자

*!*b 2017. 7. 7. 23:38

요즘 영화 옥자가 인기다. 나도 기대를 갖고 옥자를 봤다. 너무 갑작스럽게 끝나서 당황했다. 기승전결의 높낮이 거의 구분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가 봐왔던 식의 엔딩구조가 아니었던 탓도 있는 듯하다. 돼지 옥자는 돼지의 명성과 다르게 굉장히 영리했고 극한 스트레스에 미자(주인공)를 못알아 보고 물긴했지만 미자가 옥자에 귀에 속삭이자 다시 정신을 차리며 주인공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었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대해 만든 제품이라도 '가격이 싸면 산다'라는 장사꾼의 말 속에 담긴 인간의 저열한 신념, 자연의 일방적인 희생과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들 등 옥자는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았다. 나는 갖가지 문제를 머릿속에 떠올렸지만 딱 하나 박히는 '무언가'는 없었다. 나는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어떤 키워드로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동생이 오늘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옥자를 본 자신의 친구가 밥을 채식주의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나는 영화 속에서 토마토조차 환경파괴로 얻은 산물이라 말하며 먹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인물을 보고 참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나와는 다르게 동생의 친구는 큰 깨달음을 얻고 17살의 어린 나이에 채식만을 먹겠다며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니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사회에 내던지며 옥자가 아니라 내 안에서, 나의 양심을 건드리는 무언가를 반성하라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옥자는 누군가의 삶의 양식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서 틀림없는 수작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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