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마무리가 어설픈 편이다. 학원을 다닐 때도 잠깐 쉰다고 한 말이 마지막이었던 적이 많다. 또 인생에 몇 없는 특별한 기념일인 졸업식에서는 사진 몇 장 남기고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 학교를 떠나기 일수였다. 드라마나 영화는 끝까지 잘 보는데 스스로가 마지막의 주체가 되어버리면 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다. 마지막은 후련하기보단 섭섭하다. 다시는 그 시간과 환경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니까. 그래서 마지막을 마지막답게 보내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종강은 행복하지만 공유한 수업시간이 영원히 내 기억 속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은 슬프다. 생생히 움직이던 시간이란 생명이 제 목숨을 다한 것 같아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향수가 너무 짙다. 받아들여야 함을 잘 알면서도 의식을 통제하기..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북정책은 모두 '실패'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미국의 압박에도 북한은 핵을 고도화시키는 중이다. 남한과 미국의 수많은 엘리트들은 왜 성공적인 대북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북한의 질주를 막지 못한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김정일'에 집중해보고 싶다. 김정일은 42년 2월 16일에 태어났다. 김정일은 항일 빨치산 야영지에 태어나 무장투쟁이 일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전투와 전쟁이 일상인 환경 속에서 자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도 교육열이 높았던 아버지 김일성 덕에 김정은 쉬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 이때부터 김일성의 체계적인 후계 수업이 시작된 듯 하다. 그래서..
끝나지 않은 그리스 경제 위기 그리스는 전 세계 해양 물동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대국으로 이른바 ‘선박왕’이라고 불리는 해운재벌이 무수히 많다. 게다가 선조에게 물려받은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몰려드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위기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실직과 월급, 연금 삭감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멀쩡하게 옷을 입은 시민들이 마트 앞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충격을 주었다. 이렇듯 그리스는 왜 ‘부자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을까? 그리스인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그리스 국민들의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은 유럽 국가 중에 유일하게 2000시간을 넘는다.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 3위로 부지런한 것으로 유명..
말을 할 때는 일정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 기쁘거나 화나거나 짜증나거나 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은 감정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성은 언제나 옳고 감정은 비판받기 쉽상이다. 이성이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좋은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목조목 따지는 것은 재밌있는 일이지만, 요즘은 갑갑하다. 논리라는 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어느 새 그 세상 속에 갇히고 마는 그런 딜레마가 있다. 선악의 경계가 흐릿해져 내가 선인지 악인지 조차 잘 모르겠다. 내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하니 무력하기 그지 없다. 나아가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왠지 힘이 쭉 빠져버린다. 좀 더 어렸을 땐 외부로부터 오던 자극, 지적 자극같은..
내 머릿속은 화수분이지만 내 시간은 그렇지 않기에.
한 사람은 한 세계다. 세계는 다양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 수많은 언어와 관습과 꽃과 나무와 곤충과 그밖의 나열하기 어려운 나머지 구성들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의 주인인 본인 조차 무엇이 어디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 아니 인식조차 하기 힘들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수만의 세계와 접촉하고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한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일이기에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새로운 세계가 익숙해져도 문득 문득 번쩍하고 낯설음이 용솟음치기에 쉽지가 않다. 평생을 함께한 가족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접한 세계이기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어째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다. 이러다 영영 정든 세계를 떠나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
엄마는 내 귀가 복귀라고 했다. 그래서 귀를 뚫는 것은 복이 새나가는 것이니 귀를 뚫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귀를 뚫을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도 귀를 뚫지 않았다. 운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알고있는 상황에서 굳이 아픔을 감수하면서 귀를 뚫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세사리의 세상을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몇년 전 아니,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악세사리에 관심이 없던 내가 그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귀를 뚫고 싶다'라는 생각이 생기게 되었지만 나는 여러번 주저했다. 귀를 뚫고 복이 새면 어쩌지, 염증이 나면 어쩌지,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흉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염증과 흉터에 대한 공포보다는 엄마가 했던 말이 오랜시간 내 생각을 지배..
가족이나 편한친구에겐 상처가 될 법한 말도 쉽게 던지고는 한다. 주변에 있을수록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대해야하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즐기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된 듯 싶다. 어느 노래를 듣다가 꽃히는 가사가 있었다. 음악은 밝고 발랄한 분위기였는데 나에겐 그 가사가 묘하게 슬프게 들렸다. 자세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내 편이 맞냐고 묻는 가사였다. 너 정말 내 편이 맞냐고 반복해서 묻는 것이 그 신나는 댄스곡과는 안맞게 슬프게 느껴졌다. 왜 그랬나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내 편이냐고 물어볼만큼 '처절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 상황이 나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관계 맺기는 나를 수 백 번 좌절하게 만든다. 내가 놓으면 끊어질 관계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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