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채색의 존재다.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무채색 인간 중에 하나라는 것도 안다. 눈에 띠는 색채를 지니지 못했다고 해서 자괴감이 든다거나 무력하거나 하지도 않다. 무채색은 유채색으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서 내가 두르게 되는 색이 정해진다고 믿는다. 선천적으로 색채를 갖지 못한 인간이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색채를 쟁취하겠다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색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는 일이 잦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성인으로서 생존하겠다는 욕구와 이왕 생존하는 거 좀 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하고자하는 욕구가 뒤섞인 것이다.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선 한 가지가 필요하다. '설득'이다. 사는 것이란..
고등학교 때 기가 시간이었나 선생님께서 타임머신을 발명한다면 어느 시대로 가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과거로 가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는 조선시대. 다른 친구들은 미래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와중에 나만 과거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마 그때 조선시대를 배우고 있어서 그렇게 답한듯 싶다. 그러나 나는 삼국시대를 더 좋아한다. 어렸을 때 드라마 서동요를 감명깊게 본 탓인지 백제 30대 왕인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 얘기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했다. 이제서야 선화공주가 진흥왕이 셋째딸이 아닌 것을 인정할 정도로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실화이길 빌었다. 이게 내가 기억하는 첫번째 지식탐구였다. 과거로 가서 사실을 눈으로 보고싶다고 말할만큼 알려지지않은 진실을 궁금해했다. 욕심은 많아서 지식이 넓고 깊기를 바란..
글에도 감정이 있다. 쓰는 이의 감정이 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내가 분노할 때 글을 쓰면 그 글을 분노가 목적인 글이 된다. 이해가 충분치 못한 내용을 다룰 때면 독자 또한 이해하지 못하며 글의 의미가 상실되어 버린다. 글은 내 생각의 분신이기에 감정은 물론 쓰는 이의 마음까지 읽을 수가 있다. 엄마는 내가 쓴 글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더 쉽고 더 재밌는 글을 쓰고자 한다. 멋있고 현학적인 문구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사용도 못하지만)를 쓰고싶은 욕구를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밖으로 표현되어진 글은 내가 썼음에도 더 이상 내것이 아니다. 밖으로 내뱉어진 이상 사회의 한 의견이 되며 공유되어야 할 가치가 되는 것이다. 더 빛나는 가치가 될 수 있도록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더 많이 배우고..
동생이 하나 있다. 말을 정말 안듣는다. 가끔 동생과 말하다보면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혈압이 오른다. 친구사이였다면 화내지 않거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안다. 화를 내지않고 넘어갈 수 있는 일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나는 서로 언성을 높인다. 둘다 물러서는 법이 없다. 왜 화를 내나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나는 동생과 더 나은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었다면 실망감으로 인해 '다시는 이 사람과 상종 안해야겠다'고 다짐하여 더 이상의 관계 발전을 주저하게 된다. 상대방도 살아온 환경이 있기에 변화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나도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감정이 맞붙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동생은 입장이 좀 다르다...
고3때부터 유튜브를 즐겨봤다. 유튜브만 접하지 않았어도 인생 궤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유튜브는 시간 때우는 용이다. 시간을 때우는 건지 채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유튜브를 보았다. 20kg 감량한 다이어트 유튜버가 서울 여행 중의 식단과 간단한 운동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뷔페에 가서 피자나 치킨.. 뭐 젊은 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음식은 먹지않고 채소 한 가득(심지러 샐러드소스 안뿌리고)이나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왠지 나는 식단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뷔페에서 먹는 다는 것이 여간 고깝지 않았다. 나의 가치관을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가치관이 타인에게도 적용되길 바라는 심리가 있었나보다...
의견을 피력해야한다는 생각에 급급해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결국 말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라 감정소모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입장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오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개인의 가치관에 차이로 인한 것이라 생각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사람과 충돌한다. 상처를 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 차이로 인해 격한 언쟁을 벌이다 보면 '의'가 상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내 의견을 지지해주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상해버린다. 우리가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인 것이 첫번째이고 누군가 동조해주지 않는 생각은 그 가치를 잃고만다는 두려움이 두번째 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말..
서점에 갔다. 요즘엔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마음에 드는 책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중에 눈에 띤게 '필력'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기자출신의 작가로 오랜기간 기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제안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기도 하며 즐겁게 읽는 중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비틀며 시중에 나와있는 글쓰기 책들과의 차별화를 둔 것 같다. 예를 들면 필사하지 말라던지, 복문쓰는 연습을 하라던지, 진정성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던지 이런 내용으로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매우 공감했으나 경험하지 않아도 경험한 것 만큼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에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경험을 하지않고 글을 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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