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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일하기 싫은 마음과는 다르다. 좀 더 심각하게 진이 빠지고 하기 싫다. 다 지겹고 귀찮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해야하는 건 당연히 안다. 하지만 자꾸 그런 마음이 소진돼서 애써 억눌린 마음이 분출하려고 한다. 솔직히 미래가 보장되기만 하면 이렇게 살아도 상관없다. 문제는 이 상태가 아주 일시적이라는 거다. 인생이 재미가 없다. 맨날 해결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만 산적해있다. 그냥 이게 인생이려니 하는데도 마음이 들쑥날쑥한다. 호르몬 탓일까? 친절함도 잊었다. 배려한답시고 좋게 돌려 말하기 싫다. 내 불편함이 먼저다. 이러다 누군가와 한번 시비가 붙을 듯 하다.
내가 일주일을 버티는 가장 큰 힘은 드라마다. 원래 일주일 내내 가득찬 일정이었는데 하나 둘 종영하더니 어제는 환혼까지 막을 내렸다. 환혼에서 제일 좋았던 건 무덕이란 캐릭터다. 무덕이를 연기한 정소민이 너무 좋아서 그의 이전 작품까지 찾아봤다. 혼이 뒤바뀌는 내용의 드라마라 이후 전개도 도통 예측하기 어려워서 정말 몰입해봤다. 근데 실컷 20화까지 다 보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파트2를 위해 무덕이 캐릭터를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파트2에 등장할 여주인공을 위해 정소민을 희생시킨 거 같아서 짜증도 났다. 애초에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바뀌면 둘이 비교될 것도 뻔하고, 시청자 몰입도도 떨어질 걸 예상하기 어렵지 않은데 왜 홍자매는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
회사가 치졸함의 끝을 달리고 있다. 오늘 김밥 하나(반줄) 가져와서 보니 세개가 달랑 들었다. 업체 변경 전 김밥과 비교해보니 때깔 차이가 심했다. 내용물 차이(현재 김밥에 햄, 게살 없음.. 비건 김밥)가 있는 간 알았는데 김밥 위에 참기름까지 안 발랐다...ㅋ 복지라고는 원두 커피머신, 김밥 꼴랑 두개인데... 이 회사에선 소확횡도 불가능하다. 탕비실이 없어서다. 커피머신도 생긴 지 한 세달됐나... 불만이 하도 쌓여서 화도 안 난다...체념이라는 뜻을 머리로만 알다가 이제는 가슴으로도 알 지경이다...
예전엔 여름을 안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여름이 좀 좋다. 예년보다 덜 더워서 그런가... 아직 살인 폭염을 안 경험해서 그런가... 하루 종일 맴맴 우는 매미 소리도 좋고, 해질녁엔 주황빛 석양이 비추는 것도 좋고, 파란 하늘에 듬성듬성 껴다니는 하얀 구름도 좋다. 여름 비도 운치가 있어서 좋다. 오늘은 기대 안 했던 무지개가 떴다. 그것도 쌍무지개다. 친구가 무지개 떴다길래 바로 가서 봤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쌍무지개는 태어나서 처음 봤고, 무지개 자체도 오랜만이다. 쌍무지개는 좋은 일 있을 징조라고 하는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연차내고 쉬었다. 엄마가 심부름 시킨 게 있어서 나갔다가 서점도 들렸다. 전자책 공짜로 빌려 읽을 수도 있는데, 제값을 지불하지 않고는 책을 잘 안 읽게 된다. 눈독 들였던 책들을 샀는데 책값이 만만찮다. 책 한권에 삼만삼천원....비싼 값 치러서 그런가 독서욕이 흘러 넘친다. 한권은 김희교 교수의 짱개주의의 탄생, 하나는 사회학자 김학준의 보통 일베들의 시대. 확실히 사회과학 도서를 읽어야 내 지적허영심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어디선가 봤는데 책을 읽는 게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이유는 능동성인데, 내가 스스로 나를 위해서 무언가했다는 뿌듯함이 자기만족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책을 읽고 회사 말고, 다른 생각을 했더니 한결 기분이 낫다. 회사 밖 세상도 크고 좋은 게 많은데, 다른 걸 ..
사람을 구차하고 치사하게 만든다. 속좁고 못되게 만들고, 사악한 마음을 품게 한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회사에선 보살도 보살 노릇을 할 수 없다. 밀리면 억울함과 분노가 치솟게 되고, 정말 나쁜 마음을 먹게 한다. 나도 내 바닥을 맞닥뜨리고 싶진 않았다. 설 곳이 없다. 미래도 없고, 긍지도 없고 남은 건 악뿐이다. 회사도 싫고, 차별도 싫고, 소외당하는 것도 싫다. 자꾸 벼랑 끝에 몰리는 기분이다. 한숨만 나온다. 이 모든일이 '운이 나빠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무력함이 느껴진다. 거대한 흐름 앞에서 월급쟁이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상의 소매 마저 놓쳐버렸다. 내가 있는 곳은 완벽한 현실, 매달 통장에 꽂히는 돈도 현실. 극복할 수 없는 것도 현실. 누굴 미워하고 원망해야 마음이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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