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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성격은 한 마디로 말해 장난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험한 환경에 많이 노출돼서 그런지 말이고 성격이고 거침없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면 좋을까 잘 모르겠지만 약간 분조장기도 있다. 내 발작버튼은 사람들 안 보이는 저곳에 숨겨놨다고 치면 내 동생의 발작버튼은 얼굴에 붙어있어 누구나 쉽게 눌러 동생을 발작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무서운 건 사람도 안 가린다는 점이다. 선을 넘으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따지고 든다.

엄마도 동생보고 한번쯤 사고 칠 것 같다고 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짧게 요약하자면 동생이 다른 반에서 온 아이들(대여섯명 정도)에게 유화한 표현없이 시끄러우니 반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였고, 그들 무리 중 한 명이 떠나면서 내 동생에게 '씨발년'이라고 했는데 이를 내 동생이 들어버렸다...!

내 동생은 그 소리를 듣고 절대 참을 위인이 아니다. 나 같으면 들어도 못 들은 척 아니 애초에 반으로 돌아가달라고 아주 정중히 말하였겠지만.. 내 동생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누가 나한테 씨발련이랬어!!!!!!!!!!!"라고 복도에서 소리를 질렀다. 동생은 문과인데, 이과에서 소리를 듣고 뛰쳐올 정도로 크게 말했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무리 중 한명이 "나다"라고 말하자 동생은 가차없이 그 아이의 어깨를 손으로 세게 쳤다고 한다.(나는 맞아봐서 얼마나 아픈지 안다.)

맞은 아이는 얼이 몇 초간 얼이 빠진 채로 있다가 정신이 돌아오자(맞으면 억소리가 절로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짐) 왜 때리냐며 발광하기 시작했다는데... 이후는 학교 애들이 말려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한다.

너무 시원하다.. 올 여름 에어컨이 필요없을 정도로 시원한 한 방이었다. 나는 평생을 쭈구리처럼 살아서 떠올리면 숨막히는 기억밖에 없는데 동생은 정확한 순간 판단으로 학교 짱이 되어버렸다... 이게 라이프지...

동생보다 조금 더 살아보니까 참으면 병된다.

그래도 참는 게 나을 때가 있는데... 동생 앞으론 성질 조금만 죽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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