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근현대사

한일관계의 실마리

*!*b 2020. 9. 5. 22:31

  한국과 일본의 감정의 골은 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사 문제입니다. 한일관계는 65년 국교정상화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양국정부는 쟁점이 되는 문제를 후대에 미뤄두는무책임한 태도였고, 미국의 요구대로 협정 체결에 급급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그 지원을 토대로 경제 성장을 했으니 잘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청구권 협정 당시 가려졌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입니다. 일제에 의해 직접적으로 삶이 파괴되었던 이들은 정작 배상도, 사과도, 아무것도 받지 못 한 채 독재정권 하에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90년대 이후 민주정권이 들어서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65년에 맺었던 청구권 협정이 재해석할 여지가 있었던 점입니다. 개인의 청구권은 아직 유효하다는 게 한국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이에 일본은 크게 불만을 표시했고 곧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일본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표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65년에 이미 청구권 협정 맺었음은 물론 이후 아시아여성기금과 박근혜 정부 시기 위안부 합의를 맺어 위로금을 지급해준 바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근혜정부가 처리한 위안부 합의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일양국 정부는 사과 없는 돈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오십년이 지나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저는 한일양국이 크든 작든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성과에 급급해 그의 임기만큼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본입장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제 말이 바뀔지 모르니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원활하게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일본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일본시민이 일본정부를 움직임을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0년대 피해자들의 첫 번째 폭로가 터져 나왔을 때 일본사회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한국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 확산만 눈에 띱니다. 같은 이슈가 수 십 년 동안 반복됐으니 피로감이 쌓일 법도 합니다.

  과거사는 여전히 한일관계의 현안으로 존재하는 와중에 한국은 위상이 변했습니다. 원조 받던 국가에서 원조 주는 국가로,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나라가 됐습니다. COVID-19에서도 그러한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안으로 밖으로 코로나 대응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일본이 내놓은 아베마스크가 일본국민은 물론 한국국민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일본정부가 웃음거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차기 일본 총리로 각광받던 고이즈미 신지로의 발언이 유머로서 패러디되며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조롱거리가 되었고, 아직까지 팩스로 일처리를 하는 등 아날로그 공화국인 일본은 한국인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옛날에 한국은 일본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일본의 문화나 시민의식 등은 선진적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선진이라 여겼던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유머가 됐습니다. 한국리서치 전문의원은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는 일본에 대한 도전의식이나 열등감이 안 잡힌다. 우리가 우위라는 인식이 분명하다.”며 변화하고 있는 한국인의 일본관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일본을 캐치업 상대로 여겼습니다. 항상 일본보다 십년은 뒤쳐져 있다는 한국 내 자아성찰과 함께 항상 뒤쫓아 가기 열중이었는데, 어느 순간 오랫동안 한일 사이에 있었던 위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계기를 일본의 수출 제한과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뽑습니다. 지금껏 약자의 논리로서만 일본 대했다면, 이제는 일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모든 부분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국이 앞서 있는 부분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고, 기성세대들이 약자의 논리로서 일본에 임했다면 젊은 세대들은 일본에 대한 약자의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사인의 이종태 편집국장은 이를 두고 약하지 않는 세대의 출현이라고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으로 그간 절대적으로 여겨졌던 한일 간의 위계에 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은 열등감이나 도전 의식 혹은 피해자 입장에서 일본과 대화하기보다는, 달라진 인식으로 보다 여유 있는 태도가 될 것입니다. 지금을 시기상조이지만, 이후에는 한국이 일본을 대할 때, 피해자의 입장을 내세우기 보단 좀 더 객관적인 입장으로서 일본관계를 정립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근현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인 류호정  (0) 2020.10.21
정한론과 남벌 사이  (0) 2020.10.09
애를 낳으면 이런 기분일까  (0) 2019.12.25
대통령의 리더십, 필요할 때다.  (0) 2019.11.14
일본 불매, 가지 않고 사지 않습니다.  (0) 2019.07.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