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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든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시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성별, 학벌,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다. 차별 문제를 사적영역에 방임한 사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여과없이 쏟아지고 있음은 물론 성별에 따른 채용, 학벌에 따른 임금차이도 여전하다. 만연한 차별을 바로잡고 평등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다. 

  먼저 차별을 ‘범죄’로 인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보통 약자에 대한 혐오표시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희석되며 범죄가 아닌 개인의 도덕성만 문제가 되곤 한다.얼마 전 유명 웹툰작가 A씨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성상납을 자행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 논란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명백한 여성혐오였지만,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들어 작가를 두둔했다. 표현의 자유가 가해자의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 지고 공공연하게 혐오가 표현됨으로써 우리사회의 약자들이 당하는 ‘차별’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꾸며졌다.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가해자들의 기본권은 지켜졌으나, 차별당한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킬 법적 근거는 없었다. 피해자들이 ‘차별의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성혐오와 같은 일상적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습과 도덕에만 기대기 어렵다.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면 차별을 법적인 영역에서 제재할 수 있고 약자들을 차별에서 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또한 갖출 수 있다.

  우리사회는 복합적인 차별 문제를 대응할 법이 없다. 물론 현재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차별을 단속하는 법이 있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과 연령차별금지법은 ‘고용’의 영역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라는 특정 사유에만 적용되고 있어 여러 형태의 차별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단순하지 않다. 성별, 나이, 장애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차별 문제를 일관된 기준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선진국일수록 간접적이고 미세한 차별이 문제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사회도 다층화로 복잡해지며 현재의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인권 침해’ 사안을 구제하는 소극적인 법안이 아닌 차별을 금하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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