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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덜컥 겁부터 났다.

*!*b 2018. 3. 22. 17:28
친구가 학교에서 여남혐오 인터뷰를 한다며 나에게 인터뷰에 참여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물었다.

나는 덜컥 겁부터 났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 댓글에서, 학교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겁부터 났다. 여성혐오와 차별에 대해 공공연하게 발언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기회에서 어떻게하면 체면을 구기지 않고 벗어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입으로만 페미니즘을 떠들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입으로만 페미니즘을 생각하는 겁쟁이었다. 나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페미니즘을 택했지만 페미니스트를 향한 날선 사회의 시각이 무서웠다. 또 다른 굴레에 갇혀 거짓말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여성을 옹호하고 남성을 비판하기만 해도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데에 신물이 난다. 사실 신물난다기 보다 비뚤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게 두렵다.

'기업은 여남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사람을 쓴다', '여자만 아니라 남자도 밤길 무섭다', '여혐단어는 나도 껄끄럽고 쓰지 않았다'는 말로 모든 페미니즘을 억압하고 여성들을 차별 속 세상에 가둔 채 입막음하려는 일부 한국 남성에 분노가 인다.

겨우 여남혐오 인터뷰때문에 나는 이토록 겁을 내야한다. 나는 피해망상증 환자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자 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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