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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사람 그리고 여자

*!*b 2018. 6. 5. 20:47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자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페미니즘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인 내가, 사회에서 더 자유로워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자유로울까?

여초 커뮤니티를 제외한 나머지 커뮤니티, 때로는 여성비율이 높은 커뮤니티까지 피해망상, 정신병, 뷔페미니즘, 쿵쾅이들 등의 각종 부정을 휘감은 단어로 페미니즘을 제압하려들고 있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이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들고, 한계 짓게 만든다. '꼴페미 니들이 죽도록 노력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를 보여주려는 듯 일체 바뀌지 않는 일관된 태도로 나를 포함한 많은 페미니스트에게 무력감을 심어준다.

게다가 페미니스트 내부에서도 갈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탈코르셋을 바라보는 시각차이이다. 여성이 사회의 기준, 아니 사회로 대표되는 남성의 시각에서의 '예쁨"에서 탈피 해야한다는 쪽과, 여성의 꾸밀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 있다. 나 또한 현재 대두되는 '탈코르셋'운동 때문에 느끼는 바가 많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선택한 'Girls can do anything'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탈코르셋을 한 여성들 앞에서 코르셋으로 무장한 내가, 한 점의 먼지처럼 작아보이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과도한 꾸밈문화는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옳지 않다. 눈썹을 그려야, 입술을 발라야, 화장을 해야 '사람'같다고 말하는 것, 스스로 그래야만 '사람이 됐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나는 모두 '싫다'.

오히려 화장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할 '사람'에서 남성 사회의 착취 대상인 '여성'으로 스스로 전락하는 과정이다. 화장은 사람으로서의 여자를 예쁘게 잘 꾸민 상품, 팔기 위해 온갖 조명과 소품으로 전시해놓은 상품에 불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에서 남성 사회의 '여성'이 되게 만드는 것이 화장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화장을 한다. 더 좋은 화장품을 사려고 하고, 더 예쁜 옷을 탐내하고, 살 찌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화장을 하지않음으로써, 살 찜으로서 받을 주변의 호기심과 걱정을 빙자한 '쓴소리'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생각해볼 때, 나는 페미니즘 때문에 괴로운 것 아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은 내가 얼마나 남성 사회로 부터 '꾸밈'이라는 강제 노동착취를 당하는지 알게 했다.페미니즘은 나를 '억압'한 게 아니라, 사회의 '억압'을 깨닫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분노해야할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성 사회다.

종국에는 반드시 '탈코르셋'을 하는 것이 내 소원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일정한 잣대로부터 멀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해결은 언제나 문제인식에 있다는 내 신념에 따라, 나 또한 천천히 탈코르셋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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